[국내 석유화학 도미노 위기설에 대한 생각]

오늘 워낙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균형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점을 말씀드려봅니다.

글로벌 에틸렌 설비는 2025년 기준 2.37억톤/년이며 한국은 약 1.3천만톤(M/S 6%)으로 4위입니다. 1등은 중국(M/S 26%), 2등 미국(23%), 3등 사우디(8%) 입니다. 한국 석유화학을 개별 기업이 아닌 산단 기준으로 본다면 수직계열화되고 다운스트림에서도 특화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많습니다. 특히, 오퍼레이션 능력은 전 세계에서 알아줍니다. 한국의 ABS 글로벌 점유율은 12%로 중국 55%, 대만 11% 다음인 3위 입니다. 미국은 4%, 사우디/인도는 2%에 불과하죠.

산단 기준으로 보면 경쟁력이 있었던 한국 업체들이 왜 이렇게 힘들어졌는지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가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소재 산업의 공통적인 특성이 그렇듯 석유화학도 원가 놀음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석유화학의 1차 위기는 미국의 셰일붐에서 비롯됩니다. 2000년 후반 10$/mmbtu에 육박했던 미국 가스가격은 셰일붐으로 2~3$/mmbtu까지 하락했고, 이는 미국 ECC의 부활을 의미했습니다. 실제, 미국은 대규모 ECC 증설을 통해 PE 수출을 10년 사이 3배나 늘렸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2024년 미국의 PE 수출 상대국 1위에 등극하며 한국의 M/S 상실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얼마나 미국의 원가 경쟁력이 좋았던지 2024년 컨테이너 운임 폭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향 PE 수출량은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당연히 한국의 가동률 하락의 배경이 됐죠.

이제 미국 ECC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것에 반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관성이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전력 수요가 AI/데이터센터 영향으로 20년 만에 급증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당선으로 LNG 수출도 대규모로 늘어나게 생겼습니다. 이는 이미 한국 조선업체의 호황, 글로벌 가스터빈 업체의 수주/주가 호황이 증명합니다. 미국 가스 수요가 적어도 2030년까지 대폭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상식적으로 LNG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이 늘어야 하는데, 현지 생산업체들은 Henry Hub 5$/mmbtu가 유지된다는 가정이 있어야 자신있게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셰일붐 종료로 2025년 올해 당장 원유 생산량 전망 Peak Out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원유 생산량이 Peak Out이면 Wet Gas 생산량도 같은 흐름입니다. Dry Gas의 Peak Out은 2030년 초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전망으로서는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율은 2030년까지 둔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수요-공급 양 측면을 감안할 때, 2030년까지 미국 가스 가격은 상방 압력이 높아지는 그림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년 전에 있었습니다. 1980년 초~2008년까지 25년 간 개인용 PC 보급/산업화로 미국의 전력 수요는 급증했고, 특히 가스 발전 수요 급증으로 미국 가스는 2000년 초 2$에서 2008년 10$에 육박하며 5~6배 급등한 바 있습니다. 이 때는 미국 ECC가 원가 부담으로 폐쇄를 겪었고, 오히려 아시아에 NCC만 지어졌었죠. 당시에는 가스 발전 수요만 늘었지만, 지금은 LNG 수출도 동시에 늘어난다는 점이 특히나 중요한 차이입니다. 미국의 LNG Capa는 2025년 말부터 향후 1년 간 2.6배 늘어납니다. 2026년 미국 가스가격 움직임이 결국 한국 화학업체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0년 초의 NCC 원가 우위 국면이 다시 도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석유화학의 2차 위기는 러-우 전쟁에서 비롯됩니다. 대러 제재 등으로 러시아/이란 원유는 중국/인도를 향했고, 받아줄데가 없으니 시장가보다 10~20$/bbl 저렴하게 유입됐습니다. 심지어 러시아 납사도 저렴하게 유입됐죠. 유가 10~20$의 차이는 그냥 게임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가동률을 낮춰야 하는 아시아 업체가 됐고, 고정비 커버가 안되니 분기에 몇천억에 가까운 적자를 내는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또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용하는 인도에 대해 추가 관세 25%를 부과했고, 오늘 새벽에는 중국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메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EU는 제 3국을 통해 러시아 원유를 정제한 제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리고 있구요.

갑자기 러시아산 원유 대신 중동산 원유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니 사우디는 신이 납니다. M/S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죠. 그래서 이번 9월에도 OSP를 올리고 자신있게 2차 자발적 감산을 끝내버렸습니다. 1차 자발적 감산 완화도 앞당길 계획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이제 사우디 중심으로 중동 원유는 빠르게 공급될 것이고, 결국은 원유를 저렴하게 사올 수 있는 상황이 올겁니다. 반면, 중국/인도는 저렴한 원유를 구매했던 행복한 시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4년 간 아시아에서 내에서 불리했던 한국의 원가 경쟁력도 조금씩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상대적인 원가 경쟁력이 살아난다해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1) 중국/중동의 신증설 압박 2) 관세 전쟁에 따른 수요 부진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다행히 중국은 디플레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고, 20년 이상 혹은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설비에 대한 폐쇄/업그레이드도 시행할 계획입니다. 각 성에 대한 전수 조사는 이미 들어갔고 9월 말~12월 말까지 구체적인 수치가 확인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 10월 중 4중전회에서 초안을 논의/설정하고 2026년 초 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최종 승인될 것입니다.

사우디는 저유가로 인한 재정적자로 네옴PJ 규모가 축소되고, 아람코의 배당 삭감과 자산 매각까지도 발표 중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를 도와주는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적자보다 트럼프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더욱 많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사우디는 이제 기름 산업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스개발과 LNG 수출에 주력을 다하고 있죠.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약한 Oil 보다 “전력수요 증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Gas가 더욱 매력적이니까요. 즉, 한정된 자원으로 투자를 한다면 사우디 입장에서는 원유 다운스트림 석유화학보다 가스밸류체인에 대한 투자가 우선 순위가 될 수 있습니다. 2024년 말 사우디의 COTC 프로젝트 취소 관련 블룸버그 단독보도도 그러한 맥락으로 판단됩니다.

수요를 결정하는 관세 전쟁의 결론은 아직 어렵지만, 불확실성이 걷혀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최악은 통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론입니다. 워낙 산업 자체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라,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들에 대해서도 균형있게 참고하시라고 글을 작성했습니다. 또한, 왜 지난 10년 간 미국에 경쟁력에서 밀렸고, 최근 3~4년 간은 왜 더욱 힘들었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진단과 해결책도 나온다고 생각해서 쓴 글이기도 합니다. 지금 한국의 석유화학 업체가 힘든 것은 맞고,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정부/업체 차원에서 일부 구조조정의 과정을 분명 겪어야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일부 구조조정에 더해 산단 내 에너지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는 특별법 등을 제정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석유화학은 유가/가스, 지정학적 요인,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심지어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에 따라 결과값이 다르게 나오는 비즈니스입니다. 향후 증설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소와 컨설팅의 자료는 지난 수년 간 수도 없이 봤습니다만, 그러한 보고서에서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석유화학을 둘러싼 원가, 증설, 수요 등의 외부환경은 항상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한다는 것을요.


결론 중국이 짱을 먹은 이유는 간단하게 러시아발 원유로 꿀을 빨았기 때문임 하지만 곧 끝남

힘든 고비는 넘겼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원자재 시장은 그야말로 “정글” 그 자체이기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