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찬 수사로 대통령직을 차지한 극우 애국주의자가 미국의 권위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군사적 보복이나 경제적 제재를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문제는 미국이 패권을 잃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 쇠퇴가 얼마나 급격하고 고통스러울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쇠락해 가는 제국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미시적 군사주의’(Micro-militarism)의 공통점을 보인다고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제국의 쇠퇴는 감정적·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지도자가 등장해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일으키는 군사 작전의 실패로 가속화되곤 했다”
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지만 동시에 가장 연구가 덜 된 제국이다. 냉전 기간 소련과 중국, 유럽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미국을 ‘제국주의’라 비판했다. 이 때문에 미국 학자들에게 제국 연구는 정치적 금기처럼 여겨졌다.
제국의 패러다임을 적용했고, 그 결과 패권의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 다만 당시엔 부족해 보였던 것 중 하나가 대안 세력 혹은 도전 세력이었는데,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2014년 4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는 등 패권에 도전할 경제적 역량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보다 명확해졌다.
“미시적 군사주의는 고대 아테네부터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소련에 이르기까지 쇠퇴하는 제국들이 빛바랜 영광을 되찾기 위해 종종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군사력을 동원했던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제국 권력 쇠퇴의 가속화로 이어졌다. 1956년 영국의 수에즈 운하 개입이 그러한 사례였다. 당시 인도를 잃은 대영제국은 영향력이 중동 지역에 국한된 상태였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분노한 영국은 프랑스와 공모해 6척의 항공모함으로 이집트 군사력을 사실상 궤멸시켰다.
지정학적 묘수를 뒀다. 돌을 가득 채운 낡은 유조선으로 수에즈 운하를 봉쇄해 유럽의 페르시아만 원유 생명선을 끊어버린 것이다. 파운드화가 붕괴 직전에 몰리자 영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했다. 대영제국의 위엄은 순식간에 증발했고, 이후 완전히 해체되는 길에 접어들었다.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이 페르시아만에서 하고 있는 일은 당시와 충격적일 정도로 유사하다. 미국은 군사적 대승을 거뒀지만, 이란은 돌 대신 2만달러짜리 샤헤드 드론을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다.”
“제국 권력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미시적 군사 작전은 하나같이 자신이 특별한 사명을 갖고 있다고 믿는 불안정하고 허영심 넘치는 지도자에 의해 이뤄졌다. 기원전 414년 시라쿠사를 공격한 아테네의 니키아스부터 1578년 모로코를 침공한 포르투갈의 젊은 국왕 세바스티앙, 1920년 모로코 정복에 나선 스페인의 알폰소 13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그런 경우였다. 1956년 이집트를 공격한 앤서니 이든 영국 총리도 당시 영국 외무부로부터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단 평가를 받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아예 대놓고 그에게 ‘제정신이냐’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사명을 위해 신이 (암살 위험에서) 자신을 구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특유의 성격과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자의식이 이 재앙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과 전쟁을 벌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는 알폰소 13세처럼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누구도 이 터무니없는 계획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미국은 전술적으로 여전히 우월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세계 주요 지역을 지배할 능력을 상실했다. 냉전 기간에는 세 개의 함대와 동맹국에 있는 수백 개의 공군 기지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위하는 성공적인 지정학적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은 ‘철의 장막’ 뒤에 있는 공산국가를 봉쇄했고, 그들이 밖으로 나오려 할 때 한국과 베트남에서 두 차례의 재래식 전쟁을 치렀다. 소련이 ‘미시적 군사주의’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도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작전으로 소련군의 패배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요격 미사일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일부를 반출해야 했다. 이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두 개의 전선을 유지할 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란과 같은 3등급(제한적) 강국을 상대로 한 작전은 감당할 수 있지만, 두 개의 중간 규모 작전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어쩌면 중국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 한 대규모 작전은 한 개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이것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아마 산업 스파이 활동을 통해 미국이 보유한 요격 미사일 수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미국이 한 발씩 발사할 때마다 숫자를 세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80년간 단독으로 세계를 지배한 것이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물론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등과 맺은 일련의 양자 협약들이 미국 지정학 권력의 근간이었다. 2차 세계대전은 위대한 연합 전쟁이었고 한국전쟁은 20개국 이상의 동맹들이 병력과 군수 물자를 제공했다. 베트남 전쟁 때는 한국도 5만 명의 한국군을 파병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많은 동맹국이 참전했다. 미국은 항상 동맹과 신중하게 사전 협의를 하고, 그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정보 공유, 기지 접근권, 경제·병력 지원을 받기 위해선 동맹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선 동맹 중 단 한 나라도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동지와 적을 가리지 않고 강압적 전술을 구사한 트럼프 외교정책의 논리적 귀결이다. 그는 오랜 무역 파트너들에게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80년에 걸쳐 구축한 미국의 동맹 자산을 함부로 훼손했다. 그 결과 동맹들은 자신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음에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이는 미국 리더십의 소멸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북반구 농부들에게 비료가 공급돼야 할 봄 파종 시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위험에 빠뜨려 세계 식량 공급을 차단했다. 그 극도로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중국이 훨씬 안정된 세계 강국처럼 보일 정도다.”
“미국의 패권 행사에 과잉과 위선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미국이 운영한 제국은 이전의 식민 제국과 달랐다. 미국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국가를 가져야 하며, 그 국가는 불가침 주권을 지녀야 한다는 국제 체제를 구축했다. 또 빈곤과 질병을 완화하기 위해 유엔 기구와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해외 원조를 이끌었다. 우리는 (미국 주도 질서가 완전히 붕괴하고 나면) 미국의 패권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가 사라지면 다극 체제가 될 것인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이때 그러한 역량이 약화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한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프라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많은 AI 데이터센터와 충분한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국회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전남에 에너지가 풍부한데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 있느냐”는 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자, 최 회장은 “전기가 있는 곳에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꼭 반도체 공장이 가야 하는지는 고민”이라며 “전기를 쓰는 가장 효율적인 사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료를 절감해 줄 경우 1~3년 정도 선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처음 듣는 제안이라 숙고해 보겠다”고 했다.
국회에 제언을 해 달라는 요청에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먼저 “법을 만들 때, 법 혹은 자율로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구분해 달라”고 했고, 이어 “국회의원 입장에서만 문제를 보면 해결이 어려운 만큼, 글로벌 현장에 직접 가서 ‘플레이어 입장’에서 봐 달라”고 했다. 그는 “그래야 이해가 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논의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작전과 함께 한국군의 3축 체계를 구성한다.
차 석좌는 최근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두되 북핵 위협의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과 군축·비확산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킬체인 중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주장으로, 차 석좌는 미국과 동맹국이 고밀도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투기와 잠수함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등을 포함하는 ‘거부 기반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좀더 시급한 안보적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등 미국이 대응해야 할 적대세력이 늘어난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미국의 현실도 반영됐다.
그는 “그들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제재완화나 연락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하는 북미관계 정상화 같은 ‘당근’을 더이상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북한은 언제나 미국과 군축을 논의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남북 상공에 무인기 비행이 많아져 충돌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데 대해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최근 엑스를 통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반박한 데 대해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을 것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정 장관에 맞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단지 사실을 바로 잡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 구성 지역에서 핵 개발 활동이 있다는 것은 2016년 미 ISIS 보고서와 국내 KBS 뉴스 보도를 시작으로 작년 미 CSIS 보고서까지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 CSIS는 구성 지역 핵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레프러콘은 아일랜드 전설에 나오는 요정 이름입니다. 흔히 아일랜드의 불명확한 경제 통계를 두고 ‘레프러콘 경제’라는 별명을 쓰곤 합니다. 미국계 테크 기업의 지적재산권(IP) 수출량이 국가 경제 자체를 왜곡해 버리는 현상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는 스타 GNI라는 자체 통계를 개발했습니다. 아일랜드 GDP는 너무 큰 외국 IP와 제약사 계약 물량 때문에 항상 부풀려지므로, 대신 소득(Income)을 기반으로 총 국내 경제 산출량을 측정한 뒤 거기서 외국 기업만 뺀 겁니다. 스타 GNI를 쓰면 아일랜드의 실제 경제는 현재 IMF 등록치에 올라온 수치의 50%도 못 미칩니다.
그런데 레프러콘 현상이 역순으로 발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즉, 한 나라의 경제 산출량이 처음에는 작게 추산됐다가 나중에 데이터 포인트가 쌓이면 점점 더 불어나는 겁니다. 저는 이걸 개인적으로 리버스 레프러콘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아일랜드 바로 옆에 있는 영국 경제 통계의 현황을 묘사할 때 가장 적합합니다.
GFC 이후인 2010년 이래로 영국 경제 통계는 항상 수정, 수정에 수정을 거쳤습니다. 그때마다 GDP는 원래 추정치보다 더 크다고 판명 됐습니다. 그 결과 2010-15 구간에 영국 GDP 성장률은 미국 GDP 성장률과 거의 동일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고, 2016-19 구간은 매년 0.5%포인트씩 더 늘었습니다. – 이 기간 모든 선진국 중 최상위 리그를 차지합니다.
코로나19 디스럽션 기간인 2020-2022의 실질 GDP는 1.9% 더 커졌으며, 2023년은 0.3% 더 커졌지만 작년 통계부터는 인구 데이터의 불확정성 문제로 인해 신뢰성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구 통계의 샘플 데이터가 복구될 때까지 적어도 2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트렌드는 일관적이며, 심지어 변동성이 줄어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리버스 레프러콘은 왜 발생할까.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다음 글은 제가 취미로 경제 통계를 조사하면서 수집한 걸 최대한 평이한 말로 기술한 겁니다.
산출량 vs 소득
보통 우리의 경제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GDP, 그 중에서도 실질 GDP입니다. 실질 GDP는 한 나라가 국내에서 생산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voulme)입니다. 그런데 GDP와 함께 발표되는 또 다른 수치가 있다는 건 잘 모를 겁니다.
많은 경제 통계국은 GDI(Gross Domestic Income)를 함께 발간합니다. GDI는 GDP보다 훨씬 데이터포인트가 모이는 기간이 길어서 분기 별로 즉각 나오질 않습니다. 때문에 신속성이 중요한 매체나 금융가에선 보통 GDP만 헤드라인 지표로 사용합니다.
GDP가 산출량이라면, GDI는 소득입니다. 뭔가를 만든다는 건 원자재와 노동력을 투입해 최종 물품을 생산한다는 거겠죠. 하지만 그 생산품을 교역하여 돈을 버는 것까지가 경제 활동의 풀 싸이클입니다. GDI는 풀 사이클을 전부 포잡해 GDP 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경제의 힘인 ‘총 소비 능력’을 포착하려는 시도입니다.
원칙적으로, GDP와 GDI는 동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GDI는 소득(보통 세금 데이터로 추적 분석함)이기에 GDP보다 자료 수집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므로 동일 분기의 GDP와 GDI가 항상 동일하진 않습니다 – 그래도 거의 비슷해야 하며, 결국엔 GDP와 GDI는 근삿값으로 모입니다.
약 2007년까진 그랬습니다. 그러나 거의 언제나 모든 것의 원흉으로 보이는 2007년 이후로 영국 GDP와 GDI 추세는 분리됩니다. GDI의 성장 속도가 GDP를 추월하기 시작한 겁니다. 2019년 기준 영국의 GDI는 GDP보다 5% 더 컸습니다. 그래서 통계청은 GDP를 GDI에 맞게 상향 수정했습니다. 덕분에 갭은 2.5%대까지 다시 좁혀졌지만, 생활 임금 위기가 끝난 지금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통계청 최악의 악몽이 또 해방되려 합니다.
GDI와 GDP의 괴리는 명목 GDP 수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YoY 기준 올해 Q1~3 4.6%, 3.7%, 4.0%로 미국과 거의 동등합니다. 두 나라 모두 2022년부터 2023년까지의 물가 폭등 여파로 GDP 디플레이터(이는 국가의 총 물가를 뜻함) 값이 상승했다가 빠지는 국면에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강력한 명목 GDP 상승 뒤에는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올해 GDP 성장률이 2.0%에 근접하거나 딱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디플레이터 2.0%를 달성하면 4%가 말이 됩니다. 영국은 올해 1.1~1.3%에 간당간당 맞출 것으로 보이므로, 지금의 디플레이터에서 4%대는 말이 안 됩니다.
그럼 지금 명목 GDP를 끌어 올리는 게 뭘까요. 소득입니다.
GDP는 세 개의 요소로 이뤄집니다. 바로 산출물, 지출, 그리고 최종 소득입니다. 예를 들어 트랙터 생산 경제가 있다면, 트랙터 생산량으로 실질 GDP를 따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트랙터가 그냥 서류 상에 존재하는 소비에트식 트랙터인지 진짜일지 산출물 GDP 만으론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지출 GDP를 함께 따집니다. 트랙터 생산에 들어간 원자재 지출 소요를 따지면 더 정확한 GDP를 얻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생산-지출 만으로는 정말로 경제가 성장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아무리 뭔가를 많이 사고 아무리 뭔가를 많이 만들어도 그걸로 실제 부를 창출하지 않았다면 그건 나라의 성장이라 볼 수 없으니까요. 그러므로 GDP의 마지막 기둥은 산출물 교역을 통한 최종 소득입니다.
현재의 영국 GDP를 보면, 생산 GDP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하게 느릿느릿 성장합니다. 한편 지출 GDP는 팬데믹 이후로 계속 부진합니다.(가계 저축율이 너무 높기 때문) 그러나 소득 GDP는 이전처럼 계속 늘어나 명목 GDP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수정치를 보면, 영국의 노동자 보상(따라서 임금과 사회보장), 기업 순익(GOS라고 하는 개념으로, 오직 국내 경제에서 창출하는 이익만을 따짐), 보조금 제외 세금(따라서 총 부가가치) 모두 일제히 상향 수정됐고 그 여파가 분기 명목 GDP를 0.4%p 끌어 올렸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실질 GDP는 산출량, GDI는 소득입니다. 산출량이 동일하면, 소득은 당연히 동일해야죠. 그런데 소득만 올랐다고 칩시다. 그럼 소득의 주체(노동자, 기업, 땅주인 등) 중 누군가의 돈이 다른 쪽으로 빠져나갔다는 뜻이어야만 합니다. 아니면 경제 운용의 비용이 일제히 올라갔다는 뜻이므로 생산의 부가가치가 줄어야 합니다.
만약 노동자 보상이 경제의 산출량-생산성과 무관하게 상승했다면 그건 기업 순익이 희생됐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기업 순익이 노동자 보상보다 더 빨리 올랐습니다. 이 상황에 부가가치까지 함께 올랐다는 건 미스테리합니다. 한편, 디플레이터는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 그럼 돈은 다른 곳에서 들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은 이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GDP와 GDI 갭이 다시 벌어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둘 중 하나가 수정되어야만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물가 상승 없이 경제 활동 주체의 소득과 부가가치가 계속 오른다는 게 확정되면, 통계청은 또 실질 GDP를 GDI에 맞춰 끌어 올릴 겁니다. 그것 외에는 소득 증가를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요.
교역 조건의 발전
그럼 결국 영국 GDP의 리버스 레프러콘 현상 뒤에는 GDI 갭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GDI는 왜 GDP와 상관없이 오르고 있을까. 미국과 영국의 당국들은 이와 관련된 논의를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영국 GDI의 아웃퍼폼은 아까 말했다시피 GFC 이후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BOE 연구원들은 그 이유가 ‘교역 조건’의 개선에 있다고 봅니다. 교역 조건은 수출/수입 물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한 겁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우리가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지면, 우리 수출품 A 1당 사들일 수 있는 수입품 B의 양은 늘어나겠죠? 수입 물가가 비싸지면 그 반대일 거고요. 이처럼 양 방향으로 움직이는 교역 조건은 한 나라의 구매력, 즉 총 소득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교역 조건 자체가 GDP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2003년에 BEA는 수입 물가 폭등(예를 들어 에너지 물가 상승 등)이 한 나라의 실질 GDP를 악화하는지 분석했습니다. 간단한 정량적 모델에선, 개방된 경제(Open economy)는 수입 물가 충격을 탄력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최종 산출물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의 수급처가 바뀔 테니까요.
또 수출 물가의 상승으로 인한 ‘수출 가치의 증대’ 또한 실질 GDP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생산량은 똑같은데 내가 만든 물품 A의 가격이 올라서 돈을 더 벌었다 하더라도 그게 GDP가 올랐다는 뜻은 아니죠. 하지만 GDI는 오를 겁니다.
영국 GDI의 상승은 여기에 기인합니다. 영국이 국제 시장에 내다 파는 물품의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영국이 수입하는 물품의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수출 가격의 상승은 영국 교역재의 변화 때문입니다. 영국의 주요 수출품은 일반 공작 기계에서 ICT 제품으로, ICT 제품에서 보험/금융 서비스와 IT 서비스로 변화 했습니다. 이런 서비스의 단위 가격은 어떤 연유인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영국의 주요 수입품(중간재)은 기계, 화학 제품에서 ICT 제품(반도체, 컴퓨터, 전자기기 등)으로 변경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단위 당 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게 바로 이 ICT 제품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중국 덕분에 계속해서 가격을 파괴 당하고 있죠.
이 때문에 영국의 교역 조건은 끊임없이 증진되고 있습니다. 영국이 파는 물품의 양은 이전과 똑같거나 아주 약간만 상승했는데, 들어오는 돈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소득 – 노동자와 기업 모두 – 과 부가가치가 GDP와 상관없이 계속 올라갑니다.
영국의 경제 중심, 특히 무역 중심이 제조업이었다면 이런 현상이 마크로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겁니다. 이런 교역 조건의 변화는 현재 모든 선진국의 공통 사항일 테니까요. 문제는 영국은 2023년 기준 이제 서비스 수출액이 제품 수출액보다 더 큰 지구상 유일한 국가라는 겁니다.
GDP 통계에 잡히지 않는 GDP
영국의 교역 조건은 2022-23 국면 에너지 쇼크때 악화했고, ‘덕분에’ GDP와 GDI 갭은 처음으로 좁혀졌습니다. 실질 GDP 성장률은 4.1%, GDI 성장률은 3.6%였을 겁니다.(또 리비전 됐을 수도 있음) GDI가 교역 조건의 변화에 따라 변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흐름은 이제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GDI-GDP 갭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올해부터 나오는 참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여러 연구에 따르면 교역 조건의 변화는 실질 GDP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단지 가격의 변화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2010~2019 국면에서 본 GDP의 상향 수정은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어쩌면 교역 조건 자체가 곧 GDP이고 생산성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서비스 산업 집중 경제에선 국가가 만들어내는 교역재의 ‘생산량’이 아닌 ‘가격’이 경제의 크기 – 나아가 국가의 복지 수준까지 결정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복지란 공공 복지 개념이 아닌 한 국가의 집산적 총소비, 즉 구매력(Purchasing power. 참고로 그 PPP가 아님.)을 뜻합니다.
좀 더 자세한 이해를 위해 오늘날 영국 경제가 ‘돈을 버는 방식’을 상세히 들여다 봅시다. 2024년 Q3 기준 영국의 서비스 수출 중심 산업은 전문과학 서비스, 금융/보험업, IT로 총 세 개입니다. 이들은 각각 1700억 파운드, 1000억 파운드, 400억 파운드의 명목 수출액을 기록하며 순수출액은 550억 파운드, 816억 파운드, 아쉽게도 ICT는 아직 데이타포인트가 없습니다.
세 산업의 순수출액은 일반 교역품 무역의 적자를 상쇄하여 영국의 총 무역 적자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안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역 조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점점 더 높아지는 서비스 가격이 점점 더 불어나는 공산품 적자를 ‘대체’합니다.
전문과학, 금융/보험, ICT는 모두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특히 전문과학 산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엔지니어링 설계나 R&D 용역은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 툴이나 설비를 사용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견본을 설계해 주거나, 테스트해주거나, 검증해 줄 겁니다.
오늘날 이런 작업은 SaaS 같은 최신 클라우드 기술로 디지털화 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ICT 서비스 수출(대부분 퓨어한 SW 판매)을 같이 끌고 옵니다. 금융/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특히 시티의 금융/보험업은 다른 금융 허브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산업군으로만 이뤄져 있으며, 덕분에 순수출액은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그 말은 현대 금융/보험업의 핵심 인프라인 IT(클리어링, 데이터 분석에 필요)에 재투자할 요인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영국의 전체 수출 가치 중 IT-관련-서비스 비중이 높아지면, 영국의 공산품 수입에서도 ICT 제품 비중이 늘어날 겁니다. 이는 BOE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트렌드였습니다. 집계는 2003년 이후로 멈췄지만, 현재는 더욱 커졌을 겁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ICT 제품은 갈수록 수입 가격이 저하합니다. 예를 들어 SaaS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버 설비 따위는 로직 칩과 메모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산업이 발달하면서 컴퓨팅 파워 대비 총소유비용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ICT ‘설비’로 부가가치를 파생시키는 ICT ‘서비스’의 순익은 더욱 올라갑니다.
이것이 영국 기업과 노동자의 GDI를 계속 끌어 올려 온 주 동력원입니다. 만일 지금까지 영국의 주력 수출품이 석유 화학과 기계였다면 주력 수입품은 연료와 기계 중간재였을 겁니다. 연료, 기계 중간재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으므로 수입 물가가 올라 교역 조건은 갈수록 악화했을 겁니다. 그러나 주력 수출품이 고가 서비스이고 주력 수입품이 저가 ICT라면 교역 조건은 계속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국인의 소득은 GDP나 생산성과 무관하게 계속 상승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선, 뭐가 생산성이고 뭐가 생산성이 아닌지 판단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컨설팅 산업은 어떻게 단위 노동생산성을 평가하나요? 통계청 직원이 모든 컨설팅 펌에 들어가 “선생님 올해 계약을 몇 건이나 따셨습니까”라고 묻고 다닐 순 없습니다. 아마도 각 기업의 실질 지출액을 통해 생산량을 ‘유추’할 수는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교역 조건이 계속 수출 컨설팅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면 지출 GDP는 무의미합니다.
또한, 만일 컨설팅 펌이 다수의 자잘한 프로젝트보다 소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면 기존 GDP의 단위생산성이 가지는 의미는 별로 없을 겁니다. 영국의 전문과학 산업 노동 생산성은 지난 수년간 정체해 왔습니다. 그런데 순수출액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런 괴리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 그리고 서비스 산업의 질량이 마크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져 버리면, 결국 교역 조건 변화로 인한 실질 구매 능력의 증가가 GDP‘도’ 끌어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GDP는 생산, 지출, 소득 사이의 근사치라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생산과 지출이 그대로인데 소득만 계속 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소득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야기가 없다면, 그럼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명할 순 없지만 실질 GDP가 그만큼 늘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래서 영국은 2010년대부터 계속해서 실질 GDP를 실질 GDI의 근사치에 맞게 상향 수정 중입니다. 영국의 서비스 산업은 본질적으로 ‘GDP에 잡히지 않는 것‘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R&D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산업의 산출물이라는 건 정말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정부 서비스 같은 경우는 GDP를 딸 때 대부분 나라에서 그냥 투입물을 산출물이라고 가정합니다. 즉, 어떤 정부 서비스에 지출한 만큼이 곧 GDP입니다. 물론 정부 서비스의 ‘품질’을 판단하기 위해 잡다한 변수들을 던져 모델링을 만들기도 하는데(이것도 미국과 영국이 주로 합니다) 워낙 실험적이고 비안정적이라 다른 나라들은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는 언제나 GDP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산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쩌면 영국에선 아예 GDP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산업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대략 2019년쯤 영국의 GDP 대비 R&D 지출이 크게 상향 수정된 바 있습니다. 상향 수정의 정도가 너무 커서, 당해 GDP 성장률을 0.5%p 정도 상향 수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통계청은 새로 짠 R&D 집계 모델링을 시계열로 돌려 대략 2016년부터 기존 추산보다 영국 기업들이 적어도 두 배 이상 R&D 투자를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 시계열 데이터를 몇년도까지 돌려야 하는지 장담할 수도, 왜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그동안 놓친 건지도, 이것을 전체 국가 통계에 합산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지출에 대한 2차, 3차 효과가 있으므로) 우선 내년 첫 번째 통합 데이터 결합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R&D는 2016년부터 국가 GDP의 순 기여 품목으로 분류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R&D는 ‘중간 지출 자본’이었지요. 영국에선 거대 기업들, 특히 제약사의 R&D는 제법 잘 분류하고 있었으나(그러나 이것조차 실제보다 과소추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은 특화 R&D 용역업체들의 자체 R&D 투자는 거의 완전히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는 영국엔 꽤 오래 전부터 거대 기업들과 협력해 R&D를 해주는 업체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했음을 시사하며, 이것을 ‘산업’으로 분류해도 될 만큼 이젠 규모가 막대해졌다는 걸 암시합니다.
예를 들어 거대 업체들을 대신해 임상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분류해 전달하거나, 어떤 리스크 모델링을 대신 검증해 주는 따위의 R&D 비즈니스는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단지 이런 건 어떤 산업군으로 분류하기에 매우 애매합니다. 끽해야 민간, 혹은 대학 부설 연구소의 자금 마련 수단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영국에선 이 산업을 누군가가 스케일 업하는데 성공했고, 나름의 네트워크가 생겨서 거대 기업들의 프로젝트도 끌어 당기고 있으며, 그걸 통계청은 10년 넘게 놓쳐 왔다는 겁니다.
-빅테크의 경우
영국의 전문과학 수출 중 약 220억 파운드는 ‘기업 간 서비스’로 나옵니다. 기업 간 서비스는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이 영국 지사에 보내는 금액입니다. 주로 지사에서 대신 해주는 법률 서비스나 R&D, 세일즈 대행에 대한 보상 형식으로 나옵니다.
오늘날 기업 간 서비스는 대개 미국의 빅테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많은 미국 빅테크들이 영국에 유럽 본사를 세우고 유지보수와 세일즈 사업을 펼쳐 왔습니다. 이후 빅테크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국 지부도 함께 성장했고, 이제는 첨단 R&D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지원하는 부처로 컸습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글은 영국의 IT 산업에 매우 깊이 관여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구글의 영국 매출은 IT 수출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구글은 영국에서 돈을 ‘벌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구글이 아일랜드의 지사에 모든 IP를 등록해 아일랜드에만 기업 수익을 쌓아놓고, 이후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 개발 본부들에 운영 비용을 송금하는 형태로 세금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글 UK, 딥마인드가 영국에서 창출하는 매출은 단순한 ‘본사 서비스’이며, 이 금액은 영국 지사 직원들의 연봉과 R&D 투자금으로만 쓰입니다.
구글과 딥마인드를 합쳐 2023년에 43억 파운드가 약 1만명(추정)의 직원들에게 지불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식적으로 이것은 관리 비용이므로 R&D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 구글의 사례처럼 다른 나라의 제삼기업을 끼고 영국 지사에 송금하는 형태로 운영 중인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을 일일이 분류하기도 힘듭니다.
따라서 현재 영국 통계청은 기업 간 서비스로 창출되는 비즈니스 투자를 거의 선별할 수 없습니다. 훗날 빅테크들이 채용한 수만명의 직원들과 산하 기업들의 수익이 다 드러나면 그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국 테크 산업은 언제나 초기 GDP 발표치보다 나중에 더 크게 드러납니다.
미국 빅테크와 영국 경제의 관계가 가장 명확한 리버스 레프러콘의 사례입니다.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IP 수익만 등록하는 아일랜드와 아무런 수익도 만들지 않고 실제 자금만 송금하는 나라의 차이입니다.
-서비스 수출 그 자체의 불확정성
여기까지 보면, 왜 서비스 산업의 GDP 따기가 그렇게까지나 힘든지 대강 알 수 있을 겁니다. 대체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중심 업체들은 수많은 판매 포인트를 지니고 있으며, 서비스의 국가간 교역은 재화와 달리 원산지 규정이 없습니다. 국경을 건너다니는 데이터 파일의 실질 가치를 추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 국세청에 등록될 소득 신고 데이터에 의존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통계청은 서비스 수출액조차 제대로 추산할 수 없습니다. 영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ONS가 직접 통계를 낸 것, 미국의 대 영국 서비스 수입액을 기반으로 추산한 것, EU의 대 영국 서비스 수입액을 기반으로 추산한 것 모두 다릅니다.
싱크탱크인 레졸루션에 따르면, 미국 수입 데이터를 포인트로 삼으면 영국의 전문과학 서비스 수출은 2200억 파운드까지 갈 수 있습니다. EU 데이터를 따르면 1400~1500억 파운드로 내려갑니다. 따라서 ONS는 일단 1700~1800억으로 두고 있지만, 앞으로 리비전을 거치면 이것이 어떤 방향으로 튈진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다시 정리하면, GFC 이후 영국의 금융-보험업, 전문과학산업, IT 산업 수출 가치가 폭증하면서 서비스 수출이 전체 수출 비중의 50%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국가 GDP로 따지면 약 17%가 서비스 수출에서 뽑히는 격입니다.
한편 금융-보험, 전문과학, IT라는 3대 소프트웨어, 데이터 중심 산업은 영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산품 수입량의 구조도 기존 연료/화학재/중간재기계에서 ICT 제품으로 바꿔놨습니다. ICT는 그동안의 생산 혁신으로 계속 가격이 낮아지고만 있으므로 영국의 교역 조건은 수출 가격이 높아지고 수입 가격은 낮아지는 쌍끌이 개선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은 전체 경제에서 서비스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영국 기업, 노동자의 소득과 부가가치를 GDP와 상관없이 계속 늘립니다. 결과적으로 실질 GDP가 실질 소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질 소득이 곧 실질 GDP를 끌어올리도록 하는 역설적인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영국 경제의 복잡한 실타래 어딘가엔 통계청이 아직 간파하지 못한 밸류 체인이 돌아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왜 영국의 교역 조건이 갈수록 유리해져야 했을까요? 무엇이 영국 수출 서비스의 가격을 계속 끌어 올리나요? 공산품 교역에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화가 시장 파이를 먹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은 그런 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BOE는, 어쩌면 서비스 무역에선, ‘경쟁력 있는 서비스’란 많이 생산되어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국제 시장 내 입찰에 참여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것도 과거 보고서 내용일 뿐이며, 전문 산업의 SaaS, SW화에 힘입은 현 상황에 얼마나 알맞은 설명이 될 지는 알 순 없습니다. 아직까진 미스테리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 경제 통계가 겪는 ‘리버스 레프러콘’ 문제가 결코 아노말리임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창용 총재가 이전에 한국의 현대 경제 발전 양상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는 점차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경제 성장을 한다.” 즉 GVA(Gross value added)가 높은 쪽으로 특화되는 게 모든 나라의 자연스러운 경향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전에 값싼 소비재와 중화학 위주로 발전했다가 이제는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자본 중심적인 고부가치재로 완전히 옮겨 갔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은 당연히 지식 산업입니다. 그러므로 지식 산업이 발달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는 (저부가가치 산업의 몰락과 함께) 아예 밸류 체인을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지식 산업은 현재 우리의 GDP 추산 방식으론 완전히 포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거래될 뿐인 거죠.
그럼 미국은?
영국처럼 IT와 전문과학산업의 서비스 비중이 큰 미국은 GDP-GDI 갭이 다른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미국에선 지난 몇년간 GDP가 GDI보다 거의 4% 이상 더 부풀려졌다가, 최근의 리비전에서 GDI가 상향 수정되면서 갭이 좁혀졌습니다. 미국에선 GDP가 GDI보다 약 2% 정도 더 큽니다. 즉 영국과는 역순으로 사이클이 돌아갑니다.
아직 이에 대한 확실한 분석을 내놓은 기관은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자원 경제와 서비스 경제의 차이로 보입니다. GFC 이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은 자원 추출 산업입니다. 이제 GDP의 8%를 오일가스가 먹고 있으며, 광업을 포함한 다양한 자원 추출을 합치면 10%를 넘습니다. 미국의 비즈니스 투자 또한 자원 산업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영국 못지 않은 서비스 대국인 “동시에”, 아직 ‘서비스 집중도’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역 조건은 여전히 미국 기업, 노동자의 소득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교역 조건의 악화는 에너지 순수출국인 미국조차 디플레이터 상승이라는 또 다른 요인에 노출시켜 상쇄시키는 겁니다.
따라서 한동안 자원 산업의 수익이 낮아져 소득이 낮게 떴다가, 나중에 모든 데이터 포인트가 모였을 때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향료는 반드시 흘러야 한다
리버스 레프러콘은 아직 영국에 국한한 현상입니다. 서비스 수출량만으로 GDP의 17%를 생산하고, 서비스가 전체 교역의 55%를 차지하며, (수출 중심 서비스로만) GDP의 1/4을 먹는 수준의 서비스 집중도가 부가가치 경제 전환의 시작점인 듯 합니다.
그럼 리버스 레프러콘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 나중엔 GDP를 포기해야 할까요? 제 생각엔 GDI와 GDP 갭이 4~5% 정도인 건 충분히 제어 가능한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수년 안에 리비전이 이뤄지면서 실질 GDP가 GDI에 맞게 조정되는 경향이 있고, 또 경제 성장률로 5% 차이라고 하면 매우 커 보이지만 ‘전체 경제’의 격차가 최대 5%라고 하면 아주 치명적인 수준은 아닐 겁니다… 물론 GDP 대비 국가 부채를 보는 입장에선 좀 껄끄럽겠지만.
이 현상은 우리가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은 절대 고정된 게 아니며, 새로운 기술이 산업계를 바꿔 놓을 때 우리는 당장 그게 뭔지 알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한 생산성 증대에 대해 말합니다. 하지만 AI가 실제로 돈을 버는 산업이 됐다고 했을 때, 그걸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AI의 GDP 기여분을 어떻게 측정할 겁니까? 컴퓨팅 파워? 매개변수 크기? 전기 소모량?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을 겁니다. GDP란, 결국 인간 삶의 총합을 나름의 직관적인 숫자로 표현해 보려는 노력입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은 기술 발전과 함께 변화해 왔습니다. GDP 속보치 하나로 삶의 모든 것을 해석해 보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한편, 리버스 레프러콘 경제는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의 놀라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1세기 내내 선진국들의 교역 조건이 괜찮아진 까닭 대부분은 공산품 가격 저하에 있습니다. 중국의 산업화와 생산 혁신이 우리의 복지를 끌어 올려 줬습니다.
개방된 시장에서 모든 경제는 비교우위를 향해 나아갑니다. 중국산 공산품의 공세 앞에서 많은 나라들이 저마다 살 전략을 찾아 자기만의 방향으로 진화해 갔습니다. 누군가는 좀 더 교역재의 부가가치를 끌어 올렸습니다. 누군가는 아예 다른 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GFC 이후 찾아온 IT 붐은 당장 기대했던 것 만큼의 생산성 증진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제 제 생각은 어쩌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경제를 바꿔 놨을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이 이야기는 IT 산업의 현 판도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IT 산업의 전체 경제 대비 생산성 증진은 90년대 이후로 딱히 유별나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선 GDP 대비 IT 산업의 실질 GDP 비중이 그다지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미국에선 GDP 상승의 원출처는 자원 추출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지금 IT 산업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IT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중 가장 높은 임금을 받고, IT 기업이 제일 많은 에쿼티를 다룰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쩌면, 작금의 IT와 IT-관련-서비스 산업은 GDP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력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 GDP 기여분은 적은데도 GVA 비중은 가장 높다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국의 서비스 집중화는 앞으로 더 고도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역 조건과 부가가치가 만들어내는 구심력이 지금 당장은 너무나 강하기에, 모든 경제 산출물 주체들이 IT-관련-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인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헤드라인 GDP로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복지 수준을 지켜낼 유일한 방법은 자유무역을 보호하는 겁니다.
교역 조건의 수입 물가 부문은 다양한 제도적, 물리적인 혁신을 통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해외 생산 혁신, 안정적인 해양/공중 무역로, 직접/간접적 무역 장벽 비용의 철폐 모두 교역 조건의 강화에 도움을 줍니다.
영국은 내수 중심의 국가이기 때문에 무역 조건의 악화에 덜 영향 받는다는 보고서들이 으레 뜨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의 무역은 이제 모든 생산 밸류체인의 미디엄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장 생산성을 개선해주는 IoT 시스템을 짜주든, 새로운 화학 공장의 리액터를 설계하든, 반도체 IP를 제공하든, 신기술의 견본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팅을 맡아주든 영국 서비스 업체들은 세계의 공장들이 더 저렴하게 양품을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과정에 가담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수입 물가를 낮춰 다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순환이 끊겼을 때 입을 타격은 무역 중심국 못지 않게 치명적일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사의 발전은 영국을 지구의 네덜란드 같은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약간 다른 라임으로. 현대 영국의 국부는 오직 교역품과 인력이 자유로운 세상에서만 유효합니다. 그러므로 그게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지키는 게 좋을 겁니다.
즉 대략 3천만 엔 미만이고 원화로는 약 2억 7천만 원 안팎 수준으로 보면 됨. 이 구간이 4424.7만 세대로 가장 두껍게 깔려 있음.
그 위의 어퍼마스층은
한국식으로 보면 중산층 상단 또는 자산형성기 중간층에 가까움. 순금융자산 3000만 엔 이상 5000만 엔 미만 대략 2억 7천만 원 이상 4억 5천만 원 미만 구간임. 여기에는 576.5만 세대가 들어가 있어 아직 부자층은 아니지만 자산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한 단계임.
준부유층은 한국식으로 보면 준부자층 또는 상위 중산층에 해당함.
5000만 엔 이상 1억 엔 미만이라서 대략 4억 5천만 원 이상 9억 원 미만 수준임. 이 구간이 403.9만 세대이고 여기서부터는 투자 성과가 자산 격차를 크게 벌리기 시작함.
부유층은 1억 엔 이상 5억 엔 미만으로,
원화로는 대략 9억 원 이상 45억 원 미만 정도로 보면 됨. 153.5만 세대가 여기에 속하고 자산이 자산을 부르는 단계로 넘어간 집단임.
초부유층은 5억 엔 이상
즉 45억 원 이상 정도의 구간임. 11.8만 세대뿐이지만 일본에서도 상위 중의 상위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남.
이 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첫 번째 이유는 주식 상승임.
2023년 말 일본 가계 금융자산은 사상 최고치인 2141조 엔을 기록했고 주식과 투자신탁이 각각 29.2%, 22.4% 늘어나며 자산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됨.
두 번째 이유는 자산 보유 방식의 차이임.
주식과 투자신탁 같은 자산은 시장이 오를 때 바로 평가이익이 붙기 때문에 오래 들고 있을수록 격차가 커짐. 반대로 현금과 예금 비중이 높으면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가기 어려움.
세 번째 이유는 시간의 힘임.
일본에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부유층과 초부유층의 자산은 각각 2배 이상, 3배 이상 늘었는데 대다수 가계 자산은 42.2% 증가에 그쳤음. 즉, 같은 나라 안에서도 자산을 가진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속도 차가 크게 벌어진 셈임.
자료가 주는 결론은
월급만으로 계층 이동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투자 가능한 현금을 만들고 그 돈을 주식이나 투자신탁에 오래 두는 사람이 마스층에서 어퍼마스층 준부유층, 부유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짐. 최근 일본에서 억대 소득자와 고자산 가구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결국 같은 메커니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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