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로 시작해 엔디비아로 끝나는

여러분 요즘 AI 쪽 돈 흐름 보고 계십니까?

저는 보고 있으면 머리가 좀 아픕니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이 있어서 특집으로 길게 써 봅니다.

자료 조사랑 숫자 정리는 클로드한테 같이 부탁했습니다.

출처는 전부 맨 밑에 달아 뒀으니 틀린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글이 진짜 깁니다.

바쁘신 분들은 0번만 보셔도 됩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목차]

0. 결론부터

  • 오픈AI가 버텨야 엔비디아·오라클도 산다 → 맞음. 생각보다 더 맞음
  • CUDA 해자는 무너지는 중이 아니라 깎이는 중. 엔비디아의 진짜 성벽은 시스템, 물량, 그리고 고객에게 대 준 돈
  • 애플이 서버에서 엔비디아를 이길 근거는 2029년 전엔 없음. 대신 로컬 AI에서는 이미 2등
  • GPU 값은 지금 오히려 오르는 중. 위험한 건 계약 만기랑 새 물량이 겹치는 2027~28년
  • 터진다면 2008년형보다 2000년대 초 통신 거품형에 가까움
  • 이번엔 닷컴 때 없던 대의명분(미국 대 중국)이 있음 => 쉽게 안 터지는 대신, 터지면 계산서가 국가로 갈 수 있음
  • 엔비디아의 진짜 경쟁자는 애플보다 구글 TPU랑 브로드컴이 설계해 주는 맞춤형 칩. 1달러당 토큰은 이미 앞서는 구간도 있음
  • AI가 PyTorch 코드를 MLX로 옮겨 주면 CUDA는 더 빨리 깎임. 근데 그 이득은 HBM 단 맞춤형 칩이 먼저 봄. 맥 안에서는 MLX가 역전할 수도
  • 빅테크 4곳은 돈을 낼 수 있음(빚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줄여서). 못 낼 수 있는 건 오픈AI·오라클·네오클라우드
  • 미국 전기 부족이랑 데이터센터 규제는 판을 깨기보다 속도를 늦추는 쪽
  • 삼성·하이닉스 장기공급계약은 방패지만 무한하진 않음

한 줄로 줄이면 이겁니다.

엔비디아의 해자 붕괴는 거품을 터뜨리는 바늘이 아니라 구멍을 키우는 증폭기입니다.

1. 문득 든 생각

엔비디아는 오픈AI에 투자합니다.

오픈AI는 그 돈으로 오라클, MS, 아마존의 클라우드를 수천억 달러어치 예약합니다.

오라클은 그 클라우드를 채우려고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삽니다.

출자 구조 그려 보면 진짜 개판입니다.

화살표가 빙빙 돌아서 제자리로 옵니다.

그러면 이러면 뭐다?

오픈AI가 버텨야 엔비디아도 오라클도 산다는 겁니다.

수요의 맨 끝에 오픈AI가 서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반대 방향이 계속 신경 쓰였습니다.

엔비디아 쪽에서 금이 가는 그림은 없을까.

엔비디아가 이렇게 비싼 이유를 한 단어로 줄이면 “CUDA”입니다.

AI 개발자들이 전부 CUDA 위에서 코드를 짜 왔으니 다른 칩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거죠.

근데 구글은 TPU를 바깥에 팔기 시작했고

브로드컴이랑 미디어텍은 빅테크 자체 칩을 대신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MLX를 들고 서버 시장에 들어와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게 엔비디아 해자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GPU는 한 장에 수천만 원짜리 자산으로 장부에 올라가 있고

회사들은 그걸 5~6년에 나눠서 비용 처리(감가상각)하고 있습니다.

해자가 무너지면 이 GPU 값도 같이 무너지지 않을까.

그 GPU를 담보로 돈 빌린 데가 있으면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제 가설을 고리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1. 오픈AI가 건재해야 엔비디아와 오라클이 산다
  2. 근데 구글·애플·브로드컴·미디어텍 때문에 엔비디아의 CUDA 해자가 무너질 수 있다
  3. 그러면 비싸게 매겨진 GPU의 자산 가치가 무너진다
  4. 그 GPU에 빚이 물려 있으면 금융위기로 번진다

이 네 고리를 하나씩 두들겨 봤습니다.

근데 쓰다 보니 걱정거리가 몇 개 더 늘었습니다.

빅테크 지갑은 정말 두둑한지, 미국 전기는 버티는지, 데이터센터를 못 짓게 막는 곳은 없는지, 그리고 삼성·하이닉스 장기계약은 괜찮은지.

이건 9장이랑 11장에서 따로 보겠습니다.

2. 판은 지금 어떻게 엮여 있나

2026년 10월 말 기준으로 큰 줄기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IMF도 10월 13일 보고서에서 이렇게 돌고 도는 거래를 14건으로 셌습니다.

엮인 돈은 지분 약 3,000억 달러, 빚 약 6,500억 달러, 앞으로 주기로 한 매출 약 1조 4,000억 달러입니다.

이 판의 한가운데가 바로 오픈AI입니다.

오픈AI는 3월에 1,220억 달러를 모았고(기업가치 8,520억 달러)

지금은 1조 2,500억 달러 가치로 돈을 더 모으는 중인데

FT는 10월 30일에 그 목표가 300억에서 200억 달러 안팎으로 줄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근데 FT가 9월에 보도한 오픈AI 내부 전망을 보면

2026년 매출은 약 360억 달러이고

2026~2030년 쌓이는 현금 적자는 약 2,780억 달러입니다.

새 돈이 안 들어오면 2028년에 현금이 바닥난다는 계산도 같이 나왔습니다.

이 회사 하나가 시장을 흔든다는 건 10월 8일에 확인됐습니다.

FT가 오픈AI 연환산 매출이 소문난 700억 달러가 아니라 500억 달러 안팎이라고 보도하자

나스닥이 1% 넘게 빠지고, 엔비디아 3%, 오라클 6%가 빠졌습니다.

그러니 첫 번째 고리는 맞습니다.

생각보다 더 맞습니다.

하나 더 눈에 띈 게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넣기로 한 지분 투자는 1,000억에서 300억 달러로 줄었는데

그 대신 1,050억 달러짜리 지급보증이 생겼습니다.

엔비디아가 들고 있는 투자 지분은 1년 사이 약 70억에서 990억 달러로 불었고

디인포메이션은 보증과 약정까지 합친 엔비디아의 노출을 약 1,715억 달러로 셌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직접 돈을 넣는 대신 “못 갚으면 내가 갚을게”를 늘리는 쪽으로 바뀐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는 8장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3. 잠깐, 기초부터: CUDA랑 MLX가 뭔데?

뒤에서 CUDA니 MLX니 대역폭이니 하는 말이 계속 나와서 한 번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4장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AI 칩은 무슨 일을 하나

AI 모델은 결국 거대한 숫자표(가중치)입니다.

큰 모델은 이 숫자가 수천억 개에서 1조 개쯤 됩니다.

AI 칩은 이 숫자들을 엄청나게 많이, 동시에 곱하고 더하는 기계입니다.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학습: 모델을 만드는 일. 수만 개 칩이 몇 달 동안 계산 결과를 주고받으며 숫자를 고침 → 칩 하나보다 칩끼리 얼마나 빨리 대화하느냐가 중요
  • 추론: 다 만든 모델로 답을 내는 일. 우리가 챗봇에 질문할 때 일어나는 일 → 요즘 수요가 점점 이쪽으로 옮겨 가는 중

CUDA는 뭔가

GPU는 원래 게임 그래픽용 칩입니다.

엔비디아가 2007년에 그래픽 말고 일반 계산에도 GPU를 쓰게 해 주는 도구 묶음을 내놨는데

그게 CUDA입니다.

GPU에 일을 시키는 언어랑 드라이버, 그 위에 쌓인 라이브러리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행렬 곱셈(cuBLAS), 딥러닝 기본 연산(cuDNN), GPU끼리 데이터 주고받기(NCCL) 같은 게 다 CUDA 위에 있습니다.

2012년 딥러닝 붐의 시작으로 꼽히는 AlexNet도 엔비디아 게임용 GPU 두 장이랑 CUDA로 학습했습니다.

그 뒤로 거의 모든 AI 연구가 CUDA 위에서 돌았습니다.

새 기법이 나오면 CUDA용 코드가 먼저 나오고

다른 칩용은 몇 달 뒤에 나오거나 아예 안 나옵니다.

오류 찾는 도구, 성능 재는 도구, 그걸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까지 전부 CUDA 쪽에 쌓였습니다.

이렇게 20년 가까이 쌓인 것 때문에 다른 칩으로 못 옮긴다는 게 이른바 “CUDA 해자”입니다.

근데 여기서 하나 짚을 게 있습니다.

요즘 AI 개발자 대부분은 CUDA를 직접 안 짭니다.

PyTorch 같은 프레임워크로 코드를 쓰면 PyTorch가 밑에서 CUDA를 불러 씁니다.

그러면 PyTorch가 다른 칩도 잘 부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칩 바꾸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4장에서 말할 “CUDA가 녹고 있다”가 바로 이 얘기입니다.

MLX는 뭔가

MLX는 애플이 2023년 12월에 공개한 오픈소스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입니다.

애플 실리콘(M 시리즈 칩)에서 AI를 돌리고 학습시키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제일 큰 특징은 애플 칩의 “통합 메모리”를 제대로 쓴다는 겁니다.

보통 PC는 CPU용 메모리랑 GPU용 메모리가 따로 있어서 데이터를 옮겨 담아야 하는데

애플 칩은 CPU랑 GPU가 메모리 하나를 같이 씁니다.

MLX는 처음부터 이걸 전제로 만들어서 옮겨 담는 시간이 없습니다.

근데 CUDA랑 MLX를 바로 맞붙이면 비교가 좀 어긋납니다.

둘이 서 있는 층이 다르거든요.

표로 보면 CUDA의 맞상대는 애플의 Metal이고

MLX의 맞상대는 PyTorch에 가깝습니다.

MLX는 맥에서 쓰기 좋은 PyTorch 같은 거고, 그 밑바닥에서 애플 GPU를 움직이는 게 Metal입니다.

참고로 MLX는 2025년에 CUDA 백엔드도 붙였습니다.

→ MLX로 짠 코드를 엔비디아 GPU에서도 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칩 성능은 주방으로 보면 쉽습니다

칩 비교할 때 자주 나오는 숫자가 네 개 있는데 식당 주방에 빗대면 이렇습니다.

맥 스튜디오는 냉장고가 엄청 큰(512GB) 단독 주방입니다.

1조 파라미터급 모델도 한 번에 들어가고 전기도 적게 먹습니다.

대신 요리사 수, 통로 폭, 다른 주방이랑 잇는 복도가 작습니다.

엔비디아 랙은 주방 하나하나의 냉장고는 그보다 작은데(GPU 한 장에 288GB)

통로가 훨씬 넓고 요리사가 훨씬 많고

72개 주방이 넓은 복도(NVLink)로 이어진 대형 급식 센터입니다.

냉장고는 맥 승, 나머지는 전부 엔비디아 승

그래서 한 사람이 먹을 코스 요리면 맥이 의외로 잘하고

수천 명 급식이면 엔비디아를 못 따라갑니다.

AI 서버 장사는 급식 쪽입니다.

칩 만드는 방식도 다릅니다.

엔비디아 GPU 옆에는 HBM이라는 특수 메모리가 붙습니다.

D램을 여러 층 쌓아서 칩 바로 옆에 붙인 건데 통로가 엄청 넓은 대신 비싸고 만들기 어렵습니다.

SK하이닉스, 삼성, 마이크론 세 곳만 만듭니다.

애플 칩은 휴대폰·노트북용 메모리(LPDDR)를 칩 안에 넣습니다.

싸고 전기 덜 먹고 많이 담을 수 있는데 통로 폭은 HBM을 못 따라갑니다.

애플이 서버에서 엔비디아랑 붙으려면 메모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4. CUDA의 성벽은 정말 무너지고 있나

조사해 보니 무너지는 중인 건 맞습니다.

적어도 추론 쪽은 이미 꽤 녹았습니다.

  • vLLM: 올해 3월, 같은 코드가 엔비디아·AMD·인텔에서 다 도는 Triton 엔진 출시 → H100에서 엔비디아 전용 최적화 코드(FlashAttention-3)랑 맞먹는 속도(vLLM 자체 측정)
  • 구글: 10월 20일 PyTorch를 TPU에서 그대로 돌리는 TorchTPU 공개
  • 메타: SGLang을 TPU 위에서 실제 서비스에 쓰는 중. 메타 PyTorch 책임자는 칩 한 종류에 묶일 수 없다고까지 말함
  • 앤트로픽: 구글 TPU, 아마존 트레이니엄, 엔비디아, AMD를 동시에 씀. 브로드컴 9월 실적 발표 기준 앤트로픽용 TPU가 2026년 1GW → 2027년 약 5GW → 2028년 10GW 추가
  • 오픈AI: 브로드컴이랑 만든 추론 칩 “할라피뇨”를 6월에 공개, 올해 말부터 배치
  • 아마존: 트레이니엄으로 약속받은 매출이 2,250억 달러 넘음(4월 실적 발표)

성능도 따라왔습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9월에 특정 조건(사용자당 초당 20토큰)에서는

구글 아이언우드(TPU 7세대)가 엔비디아 B200보다 1달러당 토큰을 약 50% 더 뽑는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B300이랑 비교하면 차이가 96%까지 벌어집니다.

물론 대규모 분산 서빙에서는 GB300 NVL72가 아직 약 30% 앞서고

아이언우드는 FP4 연산을 기본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JP모건은 2027년에 ASIC(맞춤형 칩) 출하량이 1,250만 개로 GPU 1,090만 개를 넘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맞춤형 칩은 한 개 값이 GPU보다 훨씬 싸서 개수랑 매출은 따로 봐야 합니다.

경쟁 칩 한눈에 보기

말 나온 김에 지금 나와 있는 AI 칩을 한 표에 모아 봤습니다.

표를 보면 세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칩 하나만 놓고 보면 경쟁자들이 엔비디아를 거의 따라왔습니다.

AMD MI455X는 대역폭이랑 용량이 루빈보다 크고, 구글·MS 칩도 B300급입니다.

둘째, 차이는 “몇 개를 한 몸처럼 묶느냐”에서 납니다.

엔비디아는 72개를 NVLink로 아주 빠르게 묶고, 구글은 9,216개를 조금 느린 대신 넓게 묶습니다.

셋째, 애플은 혼자 노는 판이 다릅니다.

통로는 제일 좁은데 냉장고는 제일 큽니다.

근데 여기서 브로드컴은 뭘 하는 회사냐고요?

브로드컴은 자기 이름으로 AI 칩을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남의 칩을 대신 설계하고 만들어 주는 회사입니다.

확인되는 고객은 구글(TPU를 7년째 맡음), 앤트로픽, 오픈AI, 메타입니다.

  • 앤트로픽: 2026년 아이언우드 1GW → 2027년 TPU 8세대 5GW → 2028년 TPU 9세대 10GW
  • 오픈AI: 할라피뇨 2027년 1.3GW → 2028년 약 5GW
  • 메타: 자체 칩 MTIA 3세대

미디어텍도 구글 TPU 일부 설계를 맡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엔 따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칩 사지 말고 우리 칩 만들자” 할 때 그 칩을 실제로 그려 주는 게 브로드컴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엔비디아 입장에서 진짜 무서운 건 애플보다 이쪽입니다.

근데 엔비디아 실적은

여기까지만 보면 제 가설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엔비디아 실적표를 펴 보면 얘기가 이상해집니다.

CUDA가 녹고 있다면서요?

추론 쪽 CUDA 잠금이 녹는 동안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 달러(2025년 10월 끝난 분기)에서 890억 달러(2026년 7월 끝난 분기)로

세 분기 만에 70% 넘게 늘었습니다.

총이익률은 75%를 지켰습니다.

CUDA가 진짜 성벽을 떠받치는 기둥이었으면 이럴 수가 없습니다.

성벽의 일부였을 뿐이고 하중을 받치는 벽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엔비디아를 지키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1. 랙 하나를 컴퓨터 하나처럼: GPU 72개를 NVLink로 묶은 NVL72가 벌써 3세대째. 칩 한 개보다 수십 개를 한 몸처럼 묶는 기술에서 격차가 큼
  2. 네트워킹: 네트워킹 매출만 1분기 148억 달러, 1년 전의 세 배
  3. 물량 확보: TSMC 첨단 패키징(CoWoS)이랑 HBM을 먼저 잡아 두는 힘. 2027년치 D램·HBM이 이미 다 팔렸다는 보도까지 나옴
  4. 1년 주기 신제품: 블랙웰 다음 베라 루빈이 8월부터 양산 출하, 2027년엔 루빈 울트라
  5. 돈: 고객한테 투자하고 보증 서 주는 능력. 이건 해자이면서 약점이라 8장에서 따로 봄

마진 압박이 오는 건 맞습니다.

엔비디아는 3분기 총이익률을 약 74%로 안내했고 4분기엔 71~72%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근데 이유가 경쟁이 아니라 메모리 원가입니다.

엔비디아는 내년 초부터 값을 올려서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값을 올릴 수 있는 쪽이라는 거죠.

그래서 두 번째 고리에 대한 제 판정은 이렇습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근데 무너지는 게 아니라 깎이는 중이고

지금까진 깎이는 속도보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5. 애플은? 제가 제일 기대했던 카드

솔직히 이 부분은 제 기대가 제일 컸습니다.

MLX 좋은 프레임워크고 애플 실리콘 전력 효율은 진짜거든요.

그래서 숫자를 나란히 놓아 봤습니다.

주방으로 보면 애플은 냉장고(용량)에서 앞서고

통로(대역폭)는 H100의 3분의 1, B300의 7분의 1쯤이고

복도(연결)는 B300의 100분의 1 수준입니다.

요리사 수(연산량)는 애플이 공식 수치를 안 내서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측정이랑 애플 발표를 엮어 보면 H100의 10분의 1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애플이 이기는 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512GB를 한 상자에 담는다는 건 거대한 모델 하나를 혼자 돌리기 엄청 좋다는 뜻입니다.

제프 걸링이 맥 스튜디오 4대(메모리 합계 1.5TB, 약 4만 달러)를 썬더볼트 5로 묶어서 시험했는데

파라미터 1조 개쯤 되는 Kimi K2를 초당 약 30토큰으로 돌리면서 전기는 250W도 안 썼습니다.

개인이 집에서 이걸 한다는 건 2년 전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근데 서버 장사는 한 사람이 아니라 수천 명을 동시에 받는 게임입니다.

여러 요청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연산량이랑 칩 사이 연결이 중요한데

여기서 차이가 너무 큽니다.

더 결정적인 건 애플 자신이 하는 행동입니다.

  • 애플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는 약 130억~140억 달러 →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서 한 분기에 버는 돈(890억 달러)의 6분의 1도 안 됨
  • 애플이 2025년에 엔비디아 GB300 NVL72를 약 10억 달러어치 주문했다는 보도(루프캐피털)
  • 새 시리의 두뇌는 구글 제미나이로 정해졌고(2026년 1월), 복잡한 질문은 구글 클라우드에서 돈다고 알려짐
  • MLX에 CUDA 백엔드가 생김 → 맥에서 짜고 엔비디아에서 돌리라는 구조. CUDA를 위협한다기보다 CUDA 영토를 넓혀 주는 쪽
  • 디인포메이션 9월 보도: 애플이 M8 울트라로 기업용 추론 서버를 만드는 중. 근데 출시는 빨라야 2029년이고 엔비디아 NVLink Fusion을 쓸 수도 있다고 함

애플 서버 꿈조차 엔비디아 연결 기술 위에 올라갈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애플이 서버에서 엔비디아를 이긴다”는 적어도 2029년 전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제 직감은 서버에서는 틀렸습니다.

근데 로컬로 오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6. 로컬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맥, MLX, 그리고 개인 AI

서버 얘기만 하면 애플은 상대가 안 됩니다.

근데 내 컴퓨터에서 AI를 돌리는 쪽, 즉 로컬로 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맥으로 AI 돌리는 사람, 생각보다 많습니다

허깅페이스라는 AI 모델 저장소가 있습니다.

여기 프로필에 자기 컴퓨터 사양을 적는 칸이 있는데

올해 5월 기준으로 약 30만 명이 적었습니다.

그중 많이 쓰는 상위 100개 구성을 보면

엔비디아 GPU가 약 42%, 애플 실리콘이 약 34%입니다.

→ 본인이 적은 자료라 정확한 점유율은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 나와 있는 것 중엔 제일 가깝습니다

재미있는 건 맥의 덩치입니다.

맥은 PC 출하량으로 치면 9.5%밖에 안 됩니다(IDC, 올해 3분기).

근데 로컬 AI에서는 그 세 배 넘게 쓰인다는 겁니다.

팀 쿡도 4월 실적 발표에서 이 얘기를 했습니다.

로컬 모델이랑 에이전트 돌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맥 미니랑 맥 스튜디오가 품절됐고

수요를 너무 적게 잡았다고요.

실제로 맥 미니는 일부 사양이 10~12주씩 밀렸고

6월 분기 맥 매출은 1년 전보다 28.7% 늘었습니다.

사실 로컬 AI 붐 자체가 맥이랑 같이 컸습니다.

로컬 AI의 뿌리 같은 llama.cpp는 맥북에서 라마를 돌리는 데모로 유명해졌고

지금도 문서에 애플 실리콘을 “일등 시민”이라고 적어 둡니다.

근데 숫자로 보면 격차는 아직 큽니다

재미있는 건 맥에서만 봐도 PyTorch가 MLX보다 2.7배 많이 깔린다는 겁니다.

맥 쓰는 개발자도 아직은 PyTorch가 기본이라는 거죠.

→ 설치 수에는 서버랑 자동 설치가 섞여 있어서 덩치 비교용으로만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GGUF는 llama.cpp·Ollama가 쓰는 모델 형식인데 맥에서는 Metal 위에서 돕니다.

그러니 맥으로 로컬 AI 돌리는 사람이 다 MLX를 쓰는 건 아닙니다.

MLX는 얼마나 빨리 크고 있나

  • 2023년 12월 공개 → 3년 만에 78번 판을 냄(2024년 40번, 2025년 24번, 올해 12번). 지금 v0.32.4, 아직 1.0 전
  • 2025년 CUDA 백엔드 → 맥에서 짜고 엔비디아에서 돌리는 것도 됨. 애플이 개발비 일부를 댄다는 보도도 있음
  • 2025년 12월 macOS 26.2 → 썬더볼트 5로 맥 여러 대 묶기(RDMA), M5 뉴럴 가속기 지원. 애플 발표로 행렬 연산이 M4보다 약 4배
  • 2026년 3월 Ollama가 MLX 엔진으로 바꿈 → 답 쓰는 속도가 초당 58토큰에서 112토큰으로(Ollama 측정)
  • 2026년 6월 WWDC → 애플이 “Ollama·LM Studio도 이미 MLX 위에서 돈다”고 말함. Core ML 후계인 Core AI도 발표
  • 맥에서 MLX 설치 수 → 5월 60만에서 10월 115만, 반년 만에 두 배

기술 격차, 얼마나 남았나

이건 세 갈래로 나눠야 합니다.

첫째, 큰 모델 학습.

여기는 못 따라잡는 게 아니라 애초에 안 갑니다.

HBM도 NVLink도 없는 기계로 수만 장짜리 학습은 못 하거든요.

→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 문제라 MLX가 좋아져도 안 좁혀집니다

둘째, 개인이 돌리는 추론.

여기는 이미 쓸 만합니다.

큰 모델은 오히려 맥이 낫습니다.

정리하면 모델이 32GB 안에 들어가면

엔비디아가 답 쓰기는 2배, 질문 읽기는 3~4배 빠릅니다.

근데 모델이 커지거나 문맥이 길어지면 맥만 돌아갑니다.

남은 약점은 질문 읽기(프리필) 속도인데 M5에서 크게 좋아졌습니다.

제 생각엔 한두 세대(2027~28년)면 일상적으로 쓰는 데서는 체감 차이가 거의 없어질 것 같습니다.

→ 이건 제 추정입니다

셋째, 개인 공부랑 미세조정.

MLX로 LoRA 같은 가벼운 미세조정은 됩니다.

근데 논문 코드, 강의, 튜토리얼이 거의 다 PyTorch+CUDA입니다.

PyTorch의 맥 지원(MPS)도 아직 64비트 실수 연산이 안 되고 빠진 연산이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9월에 나온 PyTorch 2.14에서 맥 쪽 생성 속도가 8.5배 느려지던 문제를 고쳤습니다.

→ 이 격차는 기술보다 생태계 문제라 몇 년은 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남았냐”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 개인 추론: 이미 거의 따라잡음. 1~2세대면 체감 차이 없을 듯
  • 개인 공부·미세조정: 생태계 차이 때문에 몇 년
  • 대형 학습: 애플이 갈 생각이 없는 영역

AI가 대신 옮겨 주면 역전될까?

여기서 제가 하나 더 해 본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 MLX가 밀리는 제일 큰 이유는 결국 코드잖아요.

논문 코드, 강의, 튜토리얼이 전부 PyTorch+CUDA로 돼 있으니까요.

근데 AI가 그 코드를 MLX로 알아서 옮겨 준다면?

옮기는 수고가 거의 0이 되면 역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찾아보니 방향은 맞습니다.

  • 허깅페이스 모델을 MLX로 바꾸는 건 이미 명령어 한 줄(mlx_lm.convert)이면 됨
  • MLX 쪽 도구(mlx-vlm)는 새 모델을 옮겨 주는 AI 에이전트용 안내서까지 만들어 둠. mlx-lm은 AI가 짠 코드도 받는다고 규칙에 적어 둠(AI를 썼다고 밝히기만 하면)
  • AI가 GPU 연산 코드(커널)를 짜는 실력도 빠르게 늘었음. 엔비디아 실험에서 딥시크 R1한테 문제당 15분씩 생각할 시간을 주니 기초 단계 문제는 100%, 중간 단계는 96%를 맞게 짬
  • AI 평가 기관 METR 측정: 에이전트로 짠 커널이 평균 1.8배 빨랐고 과제당 비용은 약 20달러
  • 구글 내부 대규모 코드 이전에서는 바뀐 코드의 80%를 AI가 썼고 시간은 절반쯤 줄었다고 함(엔지니어들 자체 추정)

근데 역전까지 가려면 걸리는 게 세 개 있습니다.

첫째, 틀린 코드.

원래 KernelBench 시험에서 AI가 짠 코드가 PyTorch 기본 속도를 따라잡거나 넘은 건 20%도 안 됐습니다.

사카나AI는 “최대 100배 빠르다”고 했다가 채점 코드 허점을 파고든 걸로 드러나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칩마다 숫자 처리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돌아가긴 하는데 답이 틀린” 코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옮기는 건 AI가 해도 맞는지 확인하는 건 아직 사람 몫입니다

둘째, 하드웨어.

코드는 AI가 옮겨 줘도 통로 폭은 못 옮겨 줍니다.

M5 울트라 대역폭은 B300의 7분의 1, 루빈의 16분의 1이고

칩끼리 잇는 속도는 NVLink의 200분의 1 수준입니다.

=>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쉬워져도 큰 학습이랑 대형 서비스는 못 넘어갑니다.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옮기기가 쉬워지면 애플만 좋은 게 아니라 엔비디아가 아닌 모든 칩이 똑같이 좋아집니다.

구글 TPU, 아마존 트레이니엄, AMD, 오픈AI 할라피뇨 전부요.

게다가 이쪽은 HBM도 있고 칩 수천 개를 한 번에 묶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TPU를 약 100만 개 확보했고

구글은 PyTorch를 TPU에서 그대로 돌리는 길을 열었습니다.

→ 데이터센터에서 이득을 먼저 보는 건 MLX가 아니라 TPU 같은 맞춤형 칩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데이터센터: MLX가 PyTorch를 역전하는 그림은 안 나옴. 대신 “어떤 프레임워크를 쓰느냐”가 점점 덜 중요해짐 => CUDA 해자가 더 빨리 얇아짐
  • 맥 안: 역전 가능. 맥에서 설치 수가 PyTorch 305만 대 MLX 115만으로 2.7배 차이인데 MLX는 반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이 속도가 이어지고 PyTorch가 제자리라면 1년 안쪽에도 뒤집힐 수 있는 숫자입니다 → 단순 계산이지 예측은 아닙니다
  • 재미있는 건 MLX에도 CUDA 백엔드가 있다는 겁니다. 옮기기가 쉬워질수록 MLX로 짠 코드가 엔비디아 GPU에서 도는 일도 같이 쉬워집니다

한 줄로 하면 이겁니다.

AI가 코드 옮기기를 쉽게 만들면 CUDA는 확실히 더 빨리 깎이는데, 그 빈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건 MLX가 아니라 HBM 단 맞춤형 칩입니다.

개인이 구축하려면 얼마나 드나

어림으로 4비트로 줄이면 파라미터 10억 개당 메모리가 0.6GB쯤 듭니다.

700억짜리면 40GB 넘게 필요하다는 거죠.

맥 여러 대를 썬더볼트로 묶어 주는 exo 같은 도구도 있습니다(GitHub 별 4.8만).

전기도 차이가 납니다.

RTX 5090 한 장이 575W인데 맥 스튜디오 4대 묶음이 250W도 안 썼으니까요.

근데 문제는 메모리 값입니다.

512GB 맥 스튜디오는 D램 부족 때 한동안 사양에서 사라졌다가 22,299달러로 돌아왔습니다.

96GB에서 512GB로 올리는 값만 1만 5,500달러입니다.

개인 AI의 미래

제가 그려 보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집에 맥 미니든 뭐든 AI 서버 한 대가 24시간 돌고

그 위에서 내 에이전트가 메일 정리하고, 일정 잡고, 자료를 찾고

진짜 어려운 일만 클라우드의 큰 모델한테 넘기는 겁니다.

애플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기기 안 모델 → 애플 자체 서버(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 → 제미나이 순으로 넘기죠.

WWDC26에서는 앱이 클로드나 제미나이 같은 바깥 모델도 부를 수 있게 열었습니다.

이게 왜 가능해졌냐면

  • 오픈 모델이 최상위 폐쇄형 모델 바로 밑까지 따라왔고(대부분 중국 모델이긴 함)
  • 24시간 돌아가는 에이전트가 늘었고
  • 내 데이터를 밖에 안 보내고 싶은 사람도 많고
  • 구독료도 쌓이면 꽤 되거든요

걸림돌도 있습니다.

  • 메모리 값
  • 전기, 소음, 관리하는 수고
  • 최상위 모델과의 격차

그러면 이게 이 글의 질문이랑 무슨 상관이냐.

상관이 큽니다.

첫째, 추론 수요 일부가 데이터센터에서 집으로 옮겨 갑니다.

=> 데이터센터 GPU 임대 수요가 덜 늘고 => 7장의 GPU 값 고리를 누르는 쪽입니다.

둘째, 그래도 AI 쓰는 양 자체가 늘어서 전체 파이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처음에 했던 제 직감이 다른 판에서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서버에서 엔비디아를 이기는 게 아니라

서버가 필요 없는 일을 늘려서 이기는 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넷째, 개인 AI는 메모리를 엄청 먹습니다.

=> HBM이 아니어도 D램 수요가 느는 거라 한국 메모리엔 나쁜 얘기가 아닙니다.

7. GPU 값은 무너질까

먼저 빅테크가 GPU를 몇 년짜리 자산으로 보고 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2020년 이후 이런 변경 17번 중에 16번이 내용연수를 늘린 쪽이었습니다.

줄인 건 아마존 2025년 한 번뿐입니다.

내용연수를 늘리면 뭐다?

한 해 비용이 줄고 이익이 커집니다.

늘릴 때마다 그해 순이익이 4% 남짓 올라갔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비판도 셉니다.

마이클 버리는 2025년 11월에 빅테크들이 2026~2028년 감가상각을 합쳐 약 1,760억 달러 적게 잡을 거라고 했습니다.

짐 채노스는 GPU 실제 수명을 2~3년으로 보고

리서치어필리에이츠도 경제적 수명을 약 3년으로 봅니다.

JP모건자산운용은 2023년 이후 산 GPU랑 네트워크 장비를 3년짜리로 다시 계산하면

2025년 주당순이익이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는 약 7%, 알파벳 6%, 오라클은 17% 줄어든다고 추정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 가설 편입니다.

근데 실제 가격은 반대로 갔습니다.

  • H100 한 장 한 시간 빌리는 값(실리콘데이터 지수): 2025년 12월 2.00달러 → 2026년 10월 말 2.9달러 안팎. 40% 넘게 오름
  • 나온 지 6년 된 A100도 시간당 1.3~1.4달러에 여전히 빌려 감
  • 중고 H100 8장짜리 서버: 매물 기준 약 19만 5천 달러, 새것의 약 58%
  • 코어위브: 계약 끝난 H100을 원래 값의 약 95%에 다시 빌려줬다고 함(회사 주장)
떨어진다며..

GPU 값은 지금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르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모자라니까요.

메모리 모자라고, 패키징 모자라고, 전기가 모자랍니다.

미국 최대 전력망 PJM의 용량 가격은 2024/25년 MW당 하루 28.92달러에서

2026/27년 329.17달러(상한)로 뛰었습니다.

근데 이건 “모자라서” 버티는 가격이지 GPU가 원래 그만큼 오래 값을 해서 버티는 가격이 아닙니다.

그리고 옛날 GPU의 가장 큰 적은 구글도 애플도 아니라 바로 엔비디아 자신입니다.

젠슨 황은 같은 1GW 데이터센터로 낼 수 있는 매출을

호퍼 180억 달러, 그레이스 블랙웰 250억 달러, 베라 루빈 400억 달러로 제시합니다.

전기가 병목인 세상에서 데이터센터 주인은 와트당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칩을 원합니다.

새 칩이 와트당 두 배를 벌면 멀쩡히 돌아가는 옛날 칩도 뽑아냅니다.

젠슨 황이 작년 GTC에서 자기를 “최고 매출 파괴자”라고 부른 게 농담만은 아닌 겁니다.

그러니 세 번째 고리는 이렇게 고쳐 써야 합니다.

해자가 무너져서 GPU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 GPU 값이 떨어집니다.

TPU·ASIC 경쟁은 그 공급을 늘리고 토큰 값을 끌어내리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경쟁 때문에 엔비디아가 새 칩 값을 내리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맞는 건 이미 깔려 있는 옛날 엔비디아 칩입니다.

그 순간이 언제냐.

2027년에 여러 일이 한꺼번에 겹칩니다.

  • 2023~24년에 맺은 GPU 임대 계약이 2027년부터 끝나기 시작 → 같은 값에 재계약되는지가 첫 시험
  • 앤트로픽 TPU 약 5GW, 오픈AI·브로드컴 칩 약 1.3GW, 트레이니엄3가 2027년에 본격적으로 들어옴(회사 발표 기준)
  • 루빈 울트라가 2027년에 나옴
  • 메모리 부족은 2028년쯤 풀린다는 전망이 많음
  • FT 보도대로면 오픈AI는 새 돈 없이 2028년 넘기기 어려움
  • 6장에서 본 것처럼 개인 AI가 추론 수요 일부를 가져감

8. 그게 금융위기가 되려면

거품이 꺼진다고 다 금융위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2000년 닷컴 때 나스닥은 고점 대비 78% 빠졌고 시가총액 약 5조 달러가 날아갔는데

미국 경기침체는 8개월(2001년 3~11월)로 끝났습니다.

손실이 주로 주식에서 났거든요.

2008년은 달랐습니다.

빚이 은행 장부 한가운데 있었고, 침체는 18개월을 갔고, 실업률이 10%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건 하나입니다.

“AI 거품의 빚은 어디 있나”

찾아보니 다섯 군데쯤 있습니다.

① “현금으로 산다”던 빅테크가 빚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3분기에 알파벳은 영업으로 423억 달러 벌고 설비에 514억 달러를 써서

잉여현금흐름이 -91억 달러였습니다.

장기 부채는 2025년 말 465억 달러에서 9월 말 1,251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메타도 3분기 -21억 달러, 아마존은 최근 12개월 -424억 달러입니다.

확실하게 현금으로 버티는 건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입니다.

빅테크 회사채 발행은 2024년 200억 달러, 2025년 1,360억 달러였고

2026년엔 9월 초까지만 2,560억 달러였습니다.

② 장부 밖에도 빚이 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은 빅테크가 공시한 데이터센터 임대 의무 약 1조 4,000억 달러 중

약 1조 1,000억 달러가 재무제표 밖에 있다고 봅니다.

특수목적법인(SPV)으로 낸 빚도 약 700억 달러입니다.

대표가 메타의 하이페리온(270억 달러)인데

블루아울이 80%, 메타가 20%를 갖고 메타가 잔존가치를 보증하는 구조입니다.

③ 빚으로 버티는 중간층이 있습니다

오라클은 부채가 약 1,250억 달러이고 2026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이 -237억 달러였습니다.

7월에 S&P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바로 위인 BBB-로 내렸습니다.

수주잔고 6,640억 달러의 절반쯤이 오픈AI 몫입니다.

코어위브는 더 아슬아슬합니다.

2분기 매출 25억 7,500만 달러에 순손실 6억 2,600만 달러를 냈는데

순이자비용이 6억 4,000만 달러로 손실이랑 거의 같습니다.

2025년 매출의 67%가 마이크로소프트 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10월 15일 코어위브 5년 CDS는 장중 1,194bp로 사상 최고였고

2031~32년 만기 회사채는 액면가의 76~81%(수익률 15~16%)에서 거래됐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시장이 사실상 부실채권처럼 보고 있다는 겁니다.

④ GPU 자체를 담보로 잡은 대출이 있습니다

공개된 큰 거래 25건만 더해도 약 653억 달러입니다(약정 한도 기준, 실제 전체는 더 큼).

근데 최근 대출은 GPU 가치보다 고객 계약에서 나올 현금을 보고 금액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이 멀쩡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계약이 깨지는 순간 GPU가 진짜 담보가 되고 얇은 중고 시장에 쏟아집니다.

제가 처음 떠올린 “GPU 값 붕괴 => 금융 손실” 고리가 실제로 작동하는 데가 바로 여기입니다.

⑤ 그 뒤에 사모신용이 있습니다

미국 연준은 5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사모신용을 약 1조 4,000억 달러로 잡았고

일부 펀드가 환매를 막았다고 적었습니다.

은행이 사모신용 펀드에 빌려준 돈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2조 9,000억 달러 중

1조 5,000억 달러를 빅테크 현금흐름 밖에서 끌어와야 한다고 계산했습니다.

감독기관도 같은 데를 보고 있습니다.

IMF는 10월 보고서에서 AI 자산 조정을 세 가지 주요 위험 중 하나로 꼽았고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는 7월에 AI 관련 차입 속도가 “전례 없고 불투명하다”면서

감가상각 가정이 틀릴 위험을 따로 짚었습니다.

제일 닮은 과거: 통신 거품

1999~2002년 통신 거품이 제일 가깝습니다.

그때 통신사들은 5년 동안 5,000억 달러 넘게 깔았는데 대부분 빚이었고

2002년엔 업계 부채가 약 1조 달러였습니다.

채권자들은 결국 20% 남짓 돌려받았습니다.

장비 회사 루슨트는 자기 장비를 팔려고 고객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시가총액 2,580억 달러까지 갔던 주가가 0.55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2장에서 본 엔비디아의 변화가 여기서 겹칩니다.

  • 지분 투자는 줄이고 지급보증은 늘림
  • 투자 지분은 990억 달러로 불어남
  • 아폴로·블랙록·KKR 같은 데랑 손잡고 고객 자금 조달용 금융 플랫폼을 꾸리는 중(엔비디아는 5,000억 달러 넘는 외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함)
  • 2분기 GAAP 주당순이익(2.46달러)이 비GAAP(2.22달러)보다 높았는데, 들고 있는 지분의 평가이익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임 → 고객한테 넣은 돈이 다시 이익으로 잡히는 구조

물론 루슨트랑 똑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한 분기에 잉여현금흐름을 213억 달러 벌고, 현금이 부채보다 많습니다.

7월 말 기준 예상 주가수익비율도 약 24배였습니다(2000년 시스코는 100배가 넘었음).

근데 방향은 닮아 가고 있습니다.

네 번째 고리에 대한 제 판정은 이렇습니다.

은행이 한가운데 있는 2008년형으로 번질 근거는 아직 약합니다.

그렇다고 주식만 깨지는 2000년형으로 끝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제일 가까운 건 주식 손실에 채권 손실이 얹히는 통신 거품형입니다.

9. 다른 구멍들: 빅테크 지갑, 전기, 규제, 그리고 나머지

여기까지는 칩이랑 빚 얘기였습니다.

근데 판을 깰 수 있는 구멍이 더 있습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빅테크는 정말 돈이 충분할까

솔직히 저도 가끔 이 생각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마다 다릅니다.

신용등급만 보면 아직 튼튼합니다.

S&P 기준 마이크로소프트 AAA, 알파벳 AA+, 아마존 AA, 메타 AA−입니다.

근데 돈 대는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 설비투자 중 빚으로 댄 비중: 2024 회계연도 9% → 최근 12개월 32%(팩트셋)
  • 빅테크 5곳이 올해 세계 신규 투자등급 회사채의 약 10%를 냈음(2024년엔 0.5%, IMF)
  • 무디스는 빅테크 설비투자를 2026년 7,850억 달러, 2027년 약 1조 달러로 봄
  • 내년엔 더 씀: 마이크로소프트 2027년 약 1,700억 달러, 알파벳은 “크게 증가”, 아마존은 “의미 있게 더”

벌어야 할 돈도 큽니다.

베인은 이 투자가 말이 되려면 2031년까지 AI 매출이 한 해 6조 달러는 나와야 하는데

지금 서비스로 채울 수 있는 건 최대 1조 8천억 달러라서 4조 2천억 달러가 빈다고 계산했습니다.

다만 매출 자체는 아직 강합니다.

3분기 애저가 48%, 구글 클라우드가 103%, AWS가 39% 컸고

계약 잔고는 마이크로소프트 6,770억, 알파벳 5,610억, 오라클 6,640억 달러입니다.

그러면 진짜 돈을 못 낼 수 있는 건 누구냐.

빅테크 4곳이 아니라 그 돈을 받아서 약속을 걸어 둔 쪽입니다.

  • 오픈AI: FT가 본 내부 자료로는 2026~2030년 컴퓨팅에 약 8,560억 달러를 쓰는데 같은 기간 매출은 약 8,400억 달러. 남의 돈이 계속 들어와야 굴러가는 구조인데 이번 조달 목표도 줄었다는 보도가 나옴
  • 앤트로픽: 상장 서류(S-1) 기준 최소로 내야 할 컴퓨팅 약정이 4,170억 달러가 넘음(구글 TPU 1,250억~1,500억 달러는 별도). 현금은 약 1,317억 달러. 고객은 언제든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데 컴퓨팅 계약은 최대 10년짜리
  • 오라클: 9월 24일 뉴멕시코 대형 데이터센터(주피터, 2.4GW)에 불가항력 통지. 미시간 100억 달러 사업은 블루아울이 자금을 안 대기로 했다는 보도
  • 네오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비투자 전망을 낮춘 날 코어위브·네비우스가 5% 빠짐. 일론 머스크는 네오클라우드 200곳 넘게 망할 수 있다고 함

참고로 앤트로픽은 이 글 정리를 도와준 클로드를 만든 회사입니다.

다른 회사랑 같은 기준으로 다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빅테크는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주주한테 돌려줄 돈(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빚을 늘려서 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실적인 위험은 “못 낸다”보다 “덜 쓴다”입니다.

빅테크가 속도를 줄이는 순간 => 오라클·코어위브 매출 => 엔비디아 주문 => 한국 메모리 주문 순서로 바로 전해집니다.

미국은 전기가 모자랍니다

미국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는 지금 전체의 약 4.5%인데

2030년엔 9.5~15%가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로렌스버클리연구소).

앞으로 5년간 늘어나는 전기 수요의 40% 넘게가 데이터센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년 동안 데이터센터가 약 125GW를 더 원하는데

전력회사들이 더할 수 있는 건 약 93GW라고 봤습니다.

문제는 발전소랑 장비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 가스터빈: GE 버노바는 벌써 2031년 인도분 예약을 받는 중. 지멘스에너지는 2028 회계연도까지 꽉 참
  • 가스터빈 값: 2027년 말 kW당 약 600달러로 2019년보다 195% 비쌀 전망(우드맥킨지)
  • 송전선: 2024년에 고압선 322마일을 깔았는데 필요한 건 한 해 약 5,000마일
변압기 하나 받는 데 3년이면 말 다 했죠

이게 전기요금으로 바로 넘어옵니다.

미국 최대 전력망 PJM의 2027/28년 용량 가격은 상한인 MW당 하루 333.44달러였는데

상한이 없었으면 529.80달러였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필요한 양보다 6,623MW가 모자랐고

늘어난 수요 5,250MW 중 약 5,100MW가 데이터센터였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해 5% 가까이 오를 전망입니다.

망이 흔들리는 일도 생깁니다.

미국 전력망 감독기관(NERC)은 5월에 데이터센터가 갑자기 전기를 끊었다 붙였다 하면서 망을 흔드는 문제로 드물게 3단계 경보를 냈고

에너지부는 5월부터 데이터센터를 비상 발전기로 돌리게 할 수 있는 긴급명령을 여섯 번 냈습니다.

근데 여기서 하나 조심할 게 있습니다.

신청한 전기가 곧 진짜 수요는 아닙니다.

텍사스 전력망(ERCOT)에 접속을 기다리는 대형 부하는 474.7GW이고 그중 420.8GW가 데이터센터인데

3월 기준 실제로 돌아가는 게 관측된 건 약 3.9GW였습니다.

오하이오 전력회사 AEP가 “안 써도 85%는 내라”는 요금제를 만들자 신청이 30GW에서 11GW로 줄기도 했습니다.

같은 데를 여러 번 신청하거나 일단 줄부터 서 둔 게 많다는 거죠.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도 작년에 칩은 있는데 꽂을 전기가 없어서 재고로 쌓인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전기는 AI 투자의 천장이라기보다 속도 제한기입니다.

그래서 효과가 두 가지로 갈립니다.

  • 좋은 쪽: 짓는 속도가 느려지면 GPU 공급 과잉도 늦게 옴 => 7장의 위험한 창이 뒤로 밀릴 수 있음. 전기가 이미 들어온 부지랑 깔려 있는 GPU는 값을 버팀
  • 나쁜 쪽: 공사가 밀리면 계약이 밀리고 => 오라클 주피터 같은 불가항력 통지 => 빚 내서 지은 쪽의 현금흐름에 구멍. 그리고 전기요금은 정치 문제가 됨 => 바로 다음 얘기인 규제로 이어짐

데이터센터를 못 짓게 막는 곳들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을 세는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최소 75건, 약 1,300억 달러어치 사업이 막히거나 미뤄졌습니다(사상 최대).

2분기는 45건, 약 680억 달러였습니다.

반대 단체는 49개 주에 843개까지 늘었습니다.

→ 취소랑 지연을 따로 세지 않아서 전부 사라진 돈은 아닙니다

사례를 보면 이렇습니다.

  • 버지니아 프린스윌리엄 “디지털 게이트웨이”(약 247억 달러): 법원이 재조닝을 무효로 했고 3월 항소심도 유지
  • 애리조나 투손 “프로젝트 블루”: 시가 거부, 아마존 철수 보도
  • 위스콘신 포트워싱턴: 4월에 미국 첫 반데이터센터 주민투표가 약 2 대 1로 통과
  • 뉴욕: 6월에 20MW 넘는 데이터센터를 1년 멈추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주지사는 서명 대신 행정명령으로 환경 검토가 끝날 때까지 허가를 멈춤
  • 메인: 주 의회가 모라토리엄(일시 금지)을 통과시켰는데 주지사가 거부
  • 세금 혜택: 오하이오·애리조나·일리노이가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을 멈춤
  • 텍사스: 비상 때 대형 데이터센터 전기를 끊을 수 있게 하는 법(SB6)

여론도 안 좋습니다.

갤럽 조사(3월)에서 우리 동네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는 사람이 71%였습니다.

원전(53%)보다 반대가 더 많습니다.

올해 1~8월 데이터센터를 언급한 선거 광고에 4,500만 달러 넘게 쓰였고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도 전기요금이 쟁점입니다.

반대로 연방 정부는 밀어주는 쪽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빨리 해 주는 행정명령을 냈고 연방 부지도 내주고 있습니다.

해외도 비슷합니다.

아일랜드는 자체 발전을 갖추는 조건으로 사실상의 금지를 풀었고, 말레이시아 조호르는 물 문제로 승인을 멈췄습니다.

그럼 규제가 판을 깰 수 있을까요?

크기로 보면 아직은 아닙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모라토리엄 때문에 늦어지는 게 약 2.3GW인데 2027년에 미국에 새로 들어올 IT 용량이 약 38GW라고 봤습니다.

다만 2026년 완공 예정 대형 데이터센터의 30~50%가 늦어질 거라는 전망(사이트라인)도 있습니다.

이유는 전기, 장비, 지역 반대가 섞여 있습니다.

=> 규제 혼자서는 방아쇠가 못 되지만 전기요금 정치랑 묶이면 짓는 비용을 올리고 속도를 늦춥니다.

그 밖의 구멍들

수요 쪽부터 보겠습니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기업 돈벌이로 이어지느냐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 미국 인구조사국: AI를 쓰는 기업 19.8%(5월). 작년 12월부터 17~20%에서 제자리
  • 미국 경영진 약 9,000명 조사(NBER): 78%가 AI를 쓰는데 3년간 생산성 효과는 한 해 0.2%
  • 맥킨지: AI로 이익이 늘었다는 회사 37%, 작년이랑 같음

효율 충격도 있습니다.

2025년 1월 딥시크 R1이 나왔을 때 엔비디아는 하루에 17% 빠지면서 시가총액 약 5,890억 달러가 날아갔습니다.

올해 4월 나온 딥시크 V4는 답 100만 토큰에 0.28~3.48달러인데 오픈AI는 30달러, 앤트로픽은 25달러입니다.

근데 반대로 토큰 값이 싸지면 더 많이 씁니다.

베인은 2024년 12월에서 2025년 12월 사이 토큰 비용이 반으로 줄자 사용량이 4.5배가 됐다고 했고

구글은 한 달에 3,200조 토큰을 처리하는데 1년 새 7배가 됐습니다.

→ 이걸 “제번스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싸지면 덜 쓰는 게 아니라 더 씀

근데 통신 거품 때도 한 가닥에 더 많이 싣는 기술이 나오면서 깔아 둔 광케이블이 더 남아돌았습니다.

효율이 좋아지는 건 수요한테는 좋지만 이미 지어 둔 설비한테는 나쁠 수 있다는 겁니다.

공급망이랑 지정학도 있습니다.

  • 대만: 최첨단 칩의 약 90%
  • 중국: 갈륨·게르마늄·안티몬의 미국 수출 금지를 미뤄 둔 게 11월 27일에 끝남(정제 갈륨은 약 99%가 중국산)
  • 이란 전쟁: 3월 2일 드론이 아랍에미리트의 AWS 시설 두 곳을 직접 때렸고, 9월에 AWS는 바레인과 UAE 한 곳은 복구가 안 된다고 밝힘
  • 헬륨: 반도체 공정에 쓰는 헬륨의 세계 30% 넘게를 대는 카타르가 3월에 멈춤. 한국은 헬륨의 약 65%를 카타르에서 들여옴

법이랑 규제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앤트로픽 저작권 합의금이 15억 달러였는데 연환산 매출의 2% 남짓입니다.

EU AI법의 고위험 AI 의무는 2027년 12월로 미뤄졌습니다.

=> 비용이긴 한데 판을 깰 크기는 아닙니다.

반대로 잘 풀리는 경우

공평하게 반대쪽도 봐야 합니다.

  • 앤트로픽 연환산 매출: 2월 140억 달러 → 7월 말 650억 달러 이상.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만 2월에 25억 달러 넘음
  • 코딩 도구 커서: 6월 연환산 40억 달러 넘음(단일 출처)
  • 엔비디아: 7월 끝난 분기 매출 962억 달러(1년 전보다 106% 늘어남), 다음 분기 안내 1,080억 달러
  • 미국 2분기 생산성이 1년 전보다 2.2% 올랐음(AI 덕인지 일할 사람이 덜 늘어난 탓인지는 해석이 갈림)

AI로 진짜 돈을 버는 곳이 생기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근데 투자 속도가 그보다 더 빠릅니다.

통신 거품 고점은 이미 넘었습니다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록에 따르면 빅테크 설비투자는 GDP 대비 2019년 0.3%에서 2025년 1.4%가 됐고

2027~29년엔 약 3%가 될 거라는 게 시장 예상입니다.

통신 거품 고점(2000년)이 1.2%였으니 이미 넘었고

주택 거품 고점(2005년) 6.6%까지는 아직 멉니다.

과거 거품들은 대체로 이렇게 흘렀습니다.

  • 영국 철도(1840년대): 1845년 고점 뒤 주가가 평균 85% 안팎 빠짐(단일 출처)
  • 1920년대 전력: 인설의 전력 지주회사 제국이 1929년 폭락 2년 반 뒤 무너짐
  • 통신·닷컴: 나스닥이 2년 반 동안 78% 빠졌고 고점을 다시 넘는 데 15년
  • 셰일: 2015~2020년 200곳 넘게 파산, 부채 1,300억 달러 이상

붐이 3~5년 가고, 바닥까지 다시 2~5년.

그리고 철도도 광케이블도 남았는데 돈 댄 사람들이 손해를 봤습니다.

이번 붐이 2023년에 시작됐다고 치면 2026~28년이 역사적으로 꺾이던 구간이랑 겹칩니다.

→ 이건 제 추론입니다. 역사가 그대로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한 표로

말씀드린 구멍들을 한 표에 모으면 이렇습니다.

표를 보고 나니 제일 무서운 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개가 2027~28년에 한꺼번에 오는 겁니다.

10. 이건 거품인가, 전쟁인가

여기까지 쓰고 나서도 계속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지금 AI 판을 닷컴 거품이랑 비교하면 닮은 데가 많은데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닷컴 때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대는 있었어도 나라가 걸린 대의명분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있습니다.

미국이랑 중국이 AI를 국가 안보 문제로 다룹니다.

제 눈엔 옛날 미국이랑 소련의 냉전, 특히 우주 경쟁이랑 더 닮아 보입니다.

닮은 점: 스푸트니크랑 딥시크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미국은 이듬해 NASA랑 ARPA(지금의 DARPA)를 만들었습니다.

2025년 1월 중국 딥시크가 R1을 내놨을 때 마크 앤드리슨은 이걸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뒤로 미국 정부가 한 걸 보면 진짜 그렇습니다.

  • 2025년 1월: 백악관에서 최대 5,000억 달러 규모 스타게이트 발표
  • 2025년 7월: “경쟁에서 이기기”를 제목에 건 AI 행동계획
  • 2025년 11월: AI로 과학 연구를 밀어붙이는 “제네시스 미션” 행정명령. 백악관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빗댐
  • 2024년 11월에 이미 미국 의회 자문기구(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AGI 계획을 첫 번째 권고로 올림
  • 2025년 8월: 정부가 인텔 지분 약 10% 확보. 그 뒤 희토류·리튬·원전 회사까지 정부 지분 투자가 줄줄이(일부는 아직 의향서 단계)
  • 2026년 10월 27일: 에너지부가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댈 원전 출력 증강에 최대 50억 달러 조건부 대출
  • 수출 통제는 냉전 때 공산권 수출을 막던 코콤(COCOM)이랑 닮음.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0을 팔려면 매출 25%를 미국 정부에 내야 하고, 7월에 미국 상무부는 실제로 나간 물량이 “아주 적다”고 함
  • 2026년 3월: 이란 드론이 아랍에미리트·바레인의 아마존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는 보도까지 나옴 → 데이터센터가 군사 목표가 되는 시대

중국도 국가가 앞에 섭니다.

2024년 5월 반도체 국가 펀드 3기(3,440억 위안)를 만들었고

2026년 3월 15차 5개년 계획은 AI랑 반도체를 한가운데 놓았습니다.

지방정부가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지었는데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중국 서부 일부 데이터센터 가동률이 목표 60%에 못 미치는 20~30%라고 지적했습니다.

자국 칩 쓰는 데이터센터엔 전기요금을 최대 절반까지 보조해 준다고 합니다.

다른 점: 계산서를 누가 들고 있나

냉전의 돈은 정부가 냈습니다.

NASA 예산은 1966년 연방 예산의 약 4.4%까지 올라갔고

아폴로 계획에만 당시 돈으로 250억~280억 달러가 들었습니다.

미국 국방비는 1986년 GDP의 6% 남짓이었고

소련은 CIA 추정으로 GNP의 15% 안팎을 군비에 썼습니다(더 높게 보는 시각도 있음).

그 돈이 남긴 것도 있습니다.

1960년대 초 집적회로의 가장 큰 고객은 아폴로 유도 컴퓨터랑 미니트맨 미사일이었습니다.

냉전의 계산서가 지금 반도체 산업을 키운 셈입니다.

근데 지금 AI의 돈은 민간이 냅니다.

빅테크 네 곳 2026년 설비투자 계획만 7,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정부는 응원하고, 허가 내주고, 수출 막고, 지분 조금 가져가고, 일부에 대출을 내줄 뿐입니다.

계산서는 주주랑 채권자가 들고 있습니다.

명분은 국가 건데 계산서는 민간이 들고 있는 거죠.

저는 이게 이번 거품의 핵심 문제라고 봅니다.

민간이 못 버티면 그 계산서는 누구한테 갈까요?

이 질문은 이미 한 번 튀어나왔습니다.

2025년 11월 오픈AI CFO 사라 프라이어가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에 정부 보증(백스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가

엄청 두들겨 맞고 같은 날 말을 거뒀습니다.

백악관 AI 담당 데이비드 색스는 AI에 연방 구제금융은 없다고 못 박았고

샘 올트먼도 데이터센터에 정부 보증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2026년 10월까지도 오픈AI·오라클·코어위브에 대한 공식 정부 보증은 없고

의회도 AI 구제금융엔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은 지분, 대출, 구매, 인허가 같은 형태지 손실을 대신 떠안겠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그러니 “계산서가 국가로 간다”는 건 아직은 제 추론입니다.

다만 냉전 논리가 세질수록 그 문은 넓어진다고 봅니다.

대의명분이 있는 거품은 어떻게 끝날까

세 갈래가 있다고 봅니다.

  1. 국가가 떠안는다: 경쟁에서 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보증·대출·구매로 받쳐 주는 길. 거품은 더 오래 가고 은행 위기는 피할 수도 있음. 대신 위험이 국가 재정으로 감. 미국은 이미 2026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GDP의 6.2%, 30년물 국채금리 5%대 → 이 경우 위기는 은행이 아니라 국채 금리랑 물가로 나타남
  2. 이겨서 식는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성공하자 우주 예산이 빠르게 줄었고 초음속 여객기 사업 취소까지 겹침. 보잉 직원은 1967년 약 10만 명에서 1971년 4월 약 3만 9천 명으로 줄었고, 그달 시애틀 공항 근처에 “시애틀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은 불 좀 꺼 달라”는 광고판이 걸림 → 명분이 달성되거나 관심이 식는 순간 그 위에 지은 산업은 갑자기 수요를 잃음
  3. 버티다 지친 쪽이 무너진다: 소련은 군비 부담을 끝내 못 버팀. 지금으로 치면 어느 쪽 돈줄이 먼저 끊기느냐. 미국은 민간 신용과 채권시장,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와 남아도는 데이터센터가 약한 고리

미국이 신이 될까, 중국이 신이 될까

요즘 제가 계속 고민하는 질문입니다.

중국 AI 모델들은 미국 모델을 증류했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증류는 큰 모델한테 질문을 대량으로 던져서 받은 답으로 작은 모델을 가르치는 방법입니다.

2025년 1월 오픈AI가 딥시크를 두고 이 문제를 제기했고

2026년 2월 앤트로픽은 딥시크·문샷·미니맥스가 가짜 계정 2만 4천여 개로 1,600만 건 넘는 대화를 뽑아 갔다고 발표했습니다.

9월엔 미국 정보기관들이 중국 기업 여섯 곳을 지목한 경보를 냈고

중국 외교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근데 오픈 모델(가중치를 공개해서 누구나 받아 쓰는 모델) 쪽에서는 중국 모델이 더 많이 쓰입니다.

여러 AI 모델을 골라 쓰는 중개 서비스 오픈라우터에서 2026년 6월 초에 중국 모델 사용량이 미국을 넘었다는 집계가 있고

허깅페이스 내려받기의 41%가 중국 모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성능도 최상위 미국 폐쇄형 모델 바로 밑까지 따라왔습니다.

반면 미국 오픈 모델은 메타 새 모델이 폐쇄형으로 나오는 등 주춤합니다.

따라가는 쪽인데 싸고, 열려 있고, 빠릅니다.

근데 계산 능력으로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에포크AI는 화웨이의 2026년 AI 칩 생산을 약 150만 개로 보고

H100 기준 연산량으로 바꾸면 엔비디아의 4%도 안 된다고 추정했습니다.

HBM 구하기가 제일 큰 병목입니다.

정리하면 계산 능력은 미국, 확산은 중국입니다.

저는 그래도 미국 패권이 유지될 거라고 보는 편입니다.

요즘 미국이 해외에서 벌인 일들이 매끄럽지 않은 건 압니다.

근데 AI는 기존 무기랑 성격이 다릅니다.

미사일이 날아가기 전에 한쪽 AI가 상대 전력망, 통신, 군 시스템을 먼저 무력화할 수 있다면

핵무기 시대의 공식 자체가 바뀝니다.

상대가 가진 무기가 쓸모없어지는 전쟁이라는 겁니다.

이건 저만의 상상은 아닙니다.

2024년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초지능이 결정적인 군사 우위를 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2025년 3월 댄 헨드릭스·에릭 슈밋·알렉산더 왕은 「초지능 전략」에서

냉전의 상호확증파괴(MAD)에 빗댄 “상호확증 AI 오작동(MAIM)”이라는 개념을 내놨습니다.

한 나라가 압도적인 AI를 손에 넣으려 하면 다른 나라가 그 전에 사이버 공격 같은 걸로 방해하려 들 테니

결국 서로 견제하는 균형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슈밋은 미국이 대놓고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벌이면 오히려 상대 선제공격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AI를 낀 국가 해킹은 이미 현실입니다.

앤트로픽은 2025년 11월에 중국 정부 지원으로 추정되는 조직이 자사 AI 코딩 도구로 약 30곳을 상대로 사이버 첩보 작전을 벌였고

작업의 80~90%를 AI가 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구글도 2026년 2월에 중국·러시아·이란·북한 해커들이 제미나이를 공격 전 과정에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은 사람이 목표를 고르고 AI가 손을 보태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보면 두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각국 정부가 AI 투자를 쉽게 못 멈추는 이유입니다.

지면 내 무기가 쓸모없어질 수도 있는 경쟁이면 수익률 따질 여유가 없습니다.

이게 이번 거품을 보통 거품이랑 다르게 만듭니다.

둘째, 그래서 진짜 꼬리 위험은 CUDA가 아니라 지정학에 있습니다.

한쪽이 이기기 직전처럼 보이는 순간 다른 쪽은 방해할 이유가 생깁니다.

그 무대가 사이버일 수도 있고 대만의 반도체 공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엔비디아 해자보다 누가 공장이랑 전기를 쥐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냉전도 한 방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경제를 가졌기 때문에 이겼습니다.

그러니 “누가 신이 되느냐”도 결국 “누구 돈줄이 더 오래 버티느냐”로 돌아옵니다.

이 글이 처음부터 붙들고 있던 질문이랑 같은 자리입니다.

11. 한국은?

이 얘기는 한국 증시랑 바로 이어집니다.

9월 평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의 52.8%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랑 SK하이닉스 두 회사입니다.

9월 수출 1,209억 달러 중 반도체가 603억 달러로 절반쯤이었습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 4천억 원이었습니다.

코스피 절반이 메모리 두 회사..

근데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건 “누가 칩 전쟁에서 이기냐”가 아닙니다.

TPU든 트레이니엄이든 HBM을 씁니다.

UBS는 HBM 수요 중 엔비디아 몫이 2026년 약 60%에서 2027년 48%로 줄고

구글 몫은 19%에서 27%로 늘 거라고 봅니다.

엔비디아 점유율만 깎이는 경우라면 한국 메모리는 여전히 잘 팔립니다.

다만 엔비디아 비중이 큰 SK하이닉스보다 구글·브로드컴이랑 가까운 삼성 쪽으로 무게가 좀 옮겨 갈 수 있습니다(2분기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 33%, 마이크론 18%).

6장에서 본 것처럼 개인 AI가 커져도 D램은 더 팔립니다.

반대로 전체 투자가 꺾이면 한국은 정면으로 맞습니다.

10장 식으로 보면 한국 HBM은 냉전 시대 전략 물자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삼성·하이닉스 장기계약, 방패일까 족쇄일까

요즘 메모리 회사들은 1년짜리 계약 대신 3~5년짜리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습니다.

  • SK하이닉스: 주요 고객 14곳과 계약. 2027·28년 생산능력의 50% 넘게를 묶었고 보통 5년짜리. D램·HBM은 2029년까지 사실상 다 팔렸다고 함(아직 협의 중인 물량 포함)
  • 삼성전자: 대형 고객 10곳과 계약, 10곳과 협의 중. 2030년까지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으로 채우는 게 목표. 2027년 HBM은 다 팔림
  • 선수금: 예전엔 5%도 안 됐는데 요즘은 계약액의 10~30%를 미리 받고 최저 가격도 건다는 보도
  • 3분기 영업이익: SK하이닉스 83조 3천억 원(이익률 80%), 삼성전자 107조 4천억 원(잠정)

그러면 뭐가 문제냐.

위험이 양쪽에 다 있습니다.

첫째, 약속한 걸 못 대는 경우입니다.

  • 2월에 삼성의 최신 D램 수율이 약 60%라 엔비디아 HBM4 수요를 못 따라가고, SK하이닉스도 속도 사양을 맞추기 어려워 엔비디아가 사양을 낮추는 걸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음(이후 삼성은 3분기 HBM4 매출이 2분기의 3배가 넘었다고 밝힘)
  • 2027년엔 메모리 3사가 고객이 달라는 물량의 60~70%만 채울 수 있다는 보도
  • 용인 반도체 단지 10개 팹이 다 돌면 물이 하루 107만 톤 넘게 필요한데 한강 쪽 여유는 약 8만 톤이라는 국정감사 지적. 전기도 10~16GW 필요

근데 공급사가 못 댔을 때 내야 할 위약금은 공개된 게 없고

올해 실제로 계약 물량을 못 댄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못 대면 무서운 건 위약금보다 점유율이랑 가격 협상력을 잃는 쪽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메모리가 모자라면 AI 서버 전체가 늦어지니 엔비디아랑 빅테크 일정까지 밀립니다.

둘째, 반대로 고객이 안 사는 경우입니다.

  •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 서류에 “고객이 구매 수량을 줄이거나 미루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적어 둠
  • 보도된 위약은 주로 구매자 쪽(물량을 안 가져가면 선수금을 못 돌려받는 식) 정도
  • 마이크로칩이 2021년 부족할 때 맺은 장기계약은 공급 과잉이 오자 사실상 무력화됐음(번스타인)
  • 2022년 4분기엔 D램 매출이 한 분기 만에 32.5% 줄고 서버 D램 값이 30~35% 빠졌음
  • 너도나도 두 번씩 주문하는 문제 때문에 1월부터 메모리 3사가 최종 고객이랑 수량을 밝히라고 요구하기 시작
  • 7월 정부 발표의 SK그룹 7,500억 달러, 삼성–브로드컴 2,000억 달러는 양해각서(MOU)라 확정 매출이 아님. 오픈AI의 “월 90만 장”도 예상 수요였지 주문은 아니었음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장기계약은 꺾이는 속도를 늦추는 방패는 맞습니다.

선수금 10~30%가 쿠션 역할도 합니다.

근데 꺾임 자체를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진짜 시험은 빅테크 설비투자가 처음으로 줄어드는 해에 옵니다.

결국 한국 투자자가 볼 숫자는 엔비디아 점유율이 아니라 빅테크의 내년 설비투자 총액입니다.

12. 앞으로 지켜볼 것

  • H100 임대료 지수(실리콘데이터, Ornn): GPU 값의 체온계. 여기가 꺾이면 세 번째 고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 코어위브: 11월 3분기 실적이랑 차환. CDS가 1,000bp 위에 머무는지
  • 오라클 신용등급: BBB-에서 한 단계만 내려가도 투기등급
  • 오픈AI 조달 마감, 앤트로픽 공모가
  • 엔비디아 FY27 3분기 실적(11월): 총이익률이 70% 초반으로 내려가면 메모리 원가 때문인지 가격 경쟁 때문인지
  • 빅테크 연차보고서(10-K)의 서버 내용연수: 줄이기 시작하면 회계상 이익이 한 번에 깎임
  • 정부 보증·대출 얘기가 다시 나오는지: 나오면 “국가가 떠안는” 쪽으로 가는 신호
  • 맥 미니·맥 스튜디오 품절이 계속되는지, MLX 설치 수: 개인 AI가 진짜 크는지
  • 12월 연준(9일)·일본은행 회의, 11월 18일 ECB 금융안정보고서
  • 2027년 초: 메타의 2027년 설비투자 안내, 2023~24년 GPU 계약 재계약 조건
  •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데이터센터·전기요금이 표로 어떻게 나오는지
  • 11월 27일: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대미 수출 금지 유예가 끝나는 날
  • 12월 2일: PJM 비상 용량 경매 결과(전기요금 체온계)
  • 오라클 주피터 불가항력이 실제 지급 지연으로 이어지는지
  • 1월 말 빅테크 4분기 실적: 알파벳·메타의 2027년 설비투자 숫자, 자사주 매입을 다시 하는지
  • 메모리 장기계약 재협상이나 선수금 반환 뉴스: 한국 쪽 첫 경고등

13. 결론: 방아쇠가 아니라 증폭기

여기까지 두들겨 보고 나니 정리가 이렇게 됐습니다.

첫째, 해자 붕괴는 느립니다.

위기는 보통 값이 갑자기 다시 매겨질 때 터지는데

CUDA 잠금은 몇 년에 걸쳐 녹고 있고 2026년엔 녹는 와중에 엔비디아 매출이 폭발했습니다.

이렇게 느린 변화가 혼자 방아쇠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해자 붕괴는 손실이라기보다 재분배입니다.

TPU랑 ASIC 덕분에 토큰 값이 싸지면 제일 이득 보는 건 오픈AI 같은 AI 회사입니다.

비용이 줄어드니 첫 번째 고리, 즉 오픈AI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오히려 올라갑니다.

손해는 엔비디아 주주(엔비디아 한 종목이 S&P 500의 8.6%입니다)랑 옛날 엔비디아 GPU를 담보로 잡은 쪽이 봅니다.

제가 처음에 따로 생각했던 “오픈AI가 무너지는 그림”이랑 “엔비디아가 무너지는 그림”은 사실 어느 정도 반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셋째, 그래도 되돌아오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금 AI 판의 중앙은행 같은 역할을 합니다.

75% 마진으로 번 돈을 고객한테 투자하고, 보증 서고, 금융 플랫폼을 짭니다.

해자가 깎여서 마진이 줄면 이 “최종 대부자”의 힘이 약해지고

엔비디아 돈에 기대던 오픈AI랑 네오클라우드 자금줄도 약해집니다.

제 가설이 제일 강해지는 버전은 이겁니다.

CUDA 해자 침식 => 엔비디아 마진 하락 => 고객한테 돈 대 주는 힘(투자·보증) 약화 => 오픈AI·네오클라우드 자금줄 약화 => 2027년 계약 만기·공급 증가랑 겹쳐 GPU 담보 가치 하락 => 오라클·코어위브·사모신용 손실

넷째, 대의명분은 완충재이면서 위험을 옮기는 장치입니다.

미·중 경쟁 덕분에 이 거품은 보통 거품보다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대신 터질 때 계산서가 민간에서 국가로 넘어갈 수 있고

그러면 마지막 고리는 은행이 아니라 국채가 됩니다.

그럼 방아쇠는 뭐가 될까요?

지금 보기엔 이쪽이 더 가깝습니다.

  • 미국 금리: 연준(의장 케빈 워시)이 9월 16일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려 3.75~4.00%. 시장은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70~85% 정도로 봄.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9월 물가상승률 3.7%.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9월 29일 장중 5.613%로 2002년 이후 최고 → 금리가 오르면 코어위브·오라클 차환 비용이 오르고 AI 주식 값이 깎임
  • 일본: 일본은행이 9월에 금리를 1.25%로 올렸고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 80% 안팎. 일본 30년물은 10월 초 4.2%대로 사상 최고. 국경을 넘는 엔화 차입은 약 360조 엔으로 추정(제프리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는 1년 새 1조 1,840억 달러에서 1조 680억 달러로 줄어듦 → 2024년 8월 같은 엔 캐리 청산이 다시 오면 AI 주식이 제일 먼저 팔림
  • 자금줄: 목표를 200억 달러로 줄였다는 보도까지 나온 오픈AI 조달이 어떻게 끝나는지, 10월 26일 상장 서류를 낸 앤트로픽 공모가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 10월 8일처럼 숫자 하나가 고리 전체를 흔들 수 있음
  • 빅테크 감속: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주 압박으로 설비투자를 줄이는 순간 → 오라클·코어위브·엔비디아·한국 메모리로 바로 전해짐
  • 전기·규제: 혼자서 판을 깨진 못하지만 공사를 늦춰 빚 낸 쪽 현금흐름에 구멍을 냄
  • 지정학: 대만, 수출 통제, 사이버, 걸프 데이터센터, 희귀 광물 → 확률은 낮아도 한 번 오면 모든 계산이 바뀜

시나리오로 묶으면 이렇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오픈AI가 버텨야 한다는 첫 고리는 맞음
  • CUDA는 깎이는 중이지만 엔비디아 성벽의 본체는 아님
  • 진짜 경쟁자는 구글 TPU랑 브로드컴이 그려 주는 맞춤형 칩
  • 애플은 서버에선 아직 상대가 안 되고, 로컬에선 이미 2등
  • AI가 코드 옮기기를 쉽게 하면 CUDA는 더 빨리 깎이고, 맥 안에선 MLX가 역전할 수도
  • GPU 값은 지금은 오르는 중, 2027~28년이 위험
  • 빚은 오라클·코어위브·장부 밖·GPU 담보·사모신용에 쌓임
  • 빅테크는 낼 수 있음. 못 낼 수 있는 건 오픈AI·오라클·네오클라우드
  • 전기랑 규제는 속도 제한기
  • 터지면 통신 거품형, 국가가 떠안으면 국채로 감
  • 한국은 승자보다 전체 투자액이 중요하고, 장기계약은 방패지만 무한하지 않음

엔비디아의 성벽은 CUDA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그 성벽을 떠받치는 건 시스템이랑 물량, 그리고 고객한테 대 준 돈입니다.

거품이 터진다면 기술이 아니라 그 돈이 안 돌아오는 데서 시작될 거라고 봅니다.

그날 CUDA가 얼마나 깎여 있느냐가 구멍 크기를 정하고

국가가 그 구멍을 메우러 나서느냐가 다음 위기의 모양을 정할 겁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글도 너무 믿지는 마시고 숫자는 출처에서 한 번씩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투자의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여담

애플이 서버에서 엔비디아를 이긴다는 제 직감은 틀렸습니다.

근데 로컬에서는 반쯤 맞았습니다.

AI가 코드를 옮겨 주면 MLX가 역전할 거라는 생각도 데이터센터에선 아니지만 맥 안에서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출처

순환 구조·오픈AI

CUDA·MLX·경쟁 칩

애플·로컬 AI

GPU 감가상각·가격

빚·금융

거품인가 전쟁인가

금리·일본

한국

경쟁 칩·AI 코드 이전

빅테크 지갑

전기

규제·지역 반대

그 밖의 위험·반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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